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 주52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차등 지급 추진은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국가 정책을 선거의 유불리로 따진다는 말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직격했다.

◇ 지방선거 이후에 추진할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가 주 52시간제 완화와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장기과제로 삼아 당장 추진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한다”며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은 6월 지방선거에 불리할 수 있기에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에 윤석열 당선자가 현실을 모르는 설익은 생각을 대선 공약으로 꺼내놓고, 감당할 수 없으니 슬그머니 주어 담을 시간을 벌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2년 남은 총선 이후에나 할 수 있다는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 역시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략적인 태도다”고 말했다. 선거 공약을 지킬 자신이 없으니 유야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몇몇 기업의 불편을 침소봉대하여 노동의 발전을 거스르려 하는 시도는 현실을 너무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려는 그릇된 처사”라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려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시도를 단호하게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일 인수위 최저임금 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하면서 주52시간 제도 자체를 풀면 노동시간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화 적용을 추진해 임금이 낮아지는 지역의 민심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오간 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사실상 윤 당선인의 실제 노동 공약에는 주52시간 제도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어있지는 않다. 이에 공약집의 내용대로 노사합의를 통해 선택적 시간근로제의 정산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차등 적용 위해 넘어야할 과제 많다

윈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6일 오후 통의동 브리핑에서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핵심 쟁점인 업종별·지역별 차등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차등 제도는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벨기에,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중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업종별 차등적용 근거(4조 1항 단서)가 있지만,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한 차례만 시행된 후 적용된 적 없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에 대해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제도 설계가 쉽지 않은데다 사회적 합의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소형 점포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점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겨우 꾸려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규모와 지역의 생활비용에 맞춰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이 오랜 숙원 사업이었으나, 최저임금이 낮은 직종과 지역은 앞으로 점점 더 사양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지적에 현실화되지 못했다. 기업과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가 오히려 그 지역에 악역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없다

다만 차등 지급에 대한 결정은 차후로 미루더라도 적절한 최저임금을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며,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인상한 최저임금으로 인한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더 컸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원 부대변인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하면서도 “최저임금이 지난 5년간 급격히 인상돼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경제에 부작용이 컸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노사 간의 협의에서 결정할 일을 정부가 개입해서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한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여 서로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원 부대변인은 “경제 전문가인 지명자 견해가 인수위 가이드라인처럼 해석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국민 경제에 부작용이 매우 컸다는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간 최저임금은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 상승했고, 임기 중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2%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의욕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급제동이 걸렸고 결국 9,000원을 조금 넘은 수준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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