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주한미군 공보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주한미군 공보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정부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에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했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윤 당선인 측은 당면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으나, 사실상 국정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 “인수위에서 조직개편 논의 더 이상 없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의 조직개편과 관련해 “인수위 기간 중 조급하게 결정해 추진하기보다는 최근 국내외 경제문제, 외교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서 민생 안정 등 당면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조각도 현행 정부조직 체계에 기반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의원도 이에 대해 “조직개편이라는 형태의 논의는 인수위에서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겠다”면서 “지금 각계에서도 여러 견해가 있고,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 문제는 급하게 뚝딱뚝딱 만들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하고도 충분히 대화하면서 공약을 포함해 모두 열어두고 각계 의견, 타 정당의 의견을 들어가며 (조직개편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당초 4월 중순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날 그 방침을 철회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은 정부조직 개편 없이 현행 조직 그대로 장관 인선을 하게 됐다. 

◇ 민주당 눈치 봤나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을 미루는 표면적인 이유로 당면 현안 집중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 새 정부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먼저 강행하려다 야당의 반대에 막혀 임기 초 국정 공백이 발생할 우려 때문에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미 인수위는 대통령집무실 이전으로 인해 한 달 가까이 시간을 소요했는데, 정부조직 개편이 이슈의 중심에 설 경우 국정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여가부를 폐지하는 등의 정부조직법을 국회에서 처리할 경우,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칠 게 자명하다. 이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를 폐지하고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제시됐는데, 이 역시 민주당에서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 (통과는) 국회의 몫인데, 확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인선을 하면 국정에 굉장한 공백이 생긴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 조직법 체계 내에서 인선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야당과 협의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실장의 발언은 인수위 내에서 거대 야당(민주당)의 반발을 우려하는 기류가 있었음을 드러낸다. 

아울러 정권 초 정부조직법이 좌초되면 국정동력 역시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도 여야의 대치로 정부조직법이 제출 후 52일 만에 통과됐고,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법안 발의 41일 만에 처리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후에 새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대 대선에서 양당 후보의 표차가 크지 않았던 만큼, 인수위가 공약을 명분으로 정부조직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현 정부 조직에 맞춰 조각 인선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윤 당선인의 공약인 ‘여가부 폐지’ 역시 불투명해졌다. 안 위원장은 “여가부 장관도 이번 조각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임명된 여가부 장관은 조직을 운영하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더 나은 개편 방안이 있는지 계획을 수립할 임무를 띠고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여가부 폐지 대신 역할 재조정 및 명칭 변경을 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만 현 정부조직을 기반으로 장관을 임명한 후 정부조직 개편을 할 경우, 통폐합 등의 과정에서 업무 혼선 등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추경호 의원은 “조직 개편 문제가 나오면 각 조직 구성원들은 그걸 최대 관심사로 집중한다”며 “오히려 국정 혼란을 줄이고 새 정부의 안정적인 출발을 위해 차분히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인수위 기간 중에 정부조직 개편 문제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면 당면 민생 현안 등 국정을 챙기는 데 오히려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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