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 배석을 두고 여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감사위원들이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 배석을 두고 여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감사위원들이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의 열차 이용 자료 조회를 두고 ‘사찰’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11일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국가철도공단, 에스알(SR) 등에 대한 국정감사와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가 있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이 코레일과 SR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9월 20일 ‘감사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코레일에 7,131명, SR에 4,426명의 조회대상자를 전달하고 탑승기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코레일과 SR은 각각 5,628명(37만648건)과 4,426명(42만8518건)의 자료를 감사원에 넘겼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나희승 코레일 사장과 이종국 SR 대표는 이에 대해 “맞다”고 동의했다.

감사원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탑승일자, 출발지, 출발시각과 도착지, 도착시각, 열차명, 운임과 반환여부에 대한 서식을 제시하고 조회대상자에 대한 탑승내역을 양식에 맞춰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코레일은 성명, 주민번호, 발권여부, 여정, 발매일시, 승차권종류, 승차권상태, 반환/변경일시, 반환사유, 반환수수료, 환불금액, 승차권 금액까지 정리해서 제출했다.

허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자료 제출 요청은 국민에 대한 광범위한 민간사찰 행위이며 개인정보에 대한 최소수집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감사원법,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특정한 개인에 대한 감사를 위한 자료 제출 요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광범위한 사찰성 자료제출 요구에 회원의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도 구하지 않고 충분한 법적 검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탑승기록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제출한 것은 매우 부적절 행위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수사기관에도 제출하지 않는 자료를 감사원이 요구하면 줘야 하느냐. 감사원 사무처리 규칙이 법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오섭 의원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할 감사원이 전 정부 인사들을 밀어내기 위해 정권 눈치 보기를 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민 기본권이 침해당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나 사장은 “사전에 정보보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를 입은 국민들께 사과하라는 조오섭 의원의 말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종국 대표는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아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에서 감사원에 제출한 탑승기록 자료/ 허영 의원실
코레일에서 감사원에 제출한 탑승기록 자료/ 허영 의원실

◇ 법사위, 파행 끝 가까스로 질의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이날 오전 ‘감사위원의 국감장 배석’과 관련해 시작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여야의 충돌로 파행됐다. 최재해 원장의 업무보고 전 의사진행 발언의 가부를 가리면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이어졌고,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간사간 협의를 하라”며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간사 간 협의로 20여분 만에 재개된 법사위는 다시 감사위원의 배석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감사위원을 상대로 직접 질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감사위원에 대한 질의는 전례가 없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기동민 민주당 간사는 “감사원이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데는 감사위원의 책임이 엄중하다고 생각한다. 감사위원의 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위원은 “감사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정치적으로 오염됐다. 민주당은 감사위원을 통해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지만 의도 자체가 순수하지 않다”고 맞섰다. 비교섭단체인 시대전환 조정훈 위원은 “감사원을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은 국회 법사위가 유일하기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배석을) 요구할 만하다”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오후가 되어 겨우 질의를 시작한 법사위에서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이른바 ‘문자 논란’과 함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도마위에 올랐다.

김승원 민주당 위원은 “불법, 공작, 하청 감사로 대표되는 유 사무총장의 문자 보고와 함께 민간인 사찰을 방불케 하는 공직자 사찰은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철도만 그런 줄 알았더니 법무부에다가는 출입국 관리 내역을 보내라고 했고 국세청에다가는 공직자 강연료 등 내역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걸 왜 요청했나. 전 정부 임원들의 허점을 잡아 쫓아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7,000여명을 포괄적으로 질병기록 등을 요구하는 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지 않은가”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최 원장은 "지난번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를 할 때 근태 불량을 확인했고 그때부터 지방 이전을 한 공공기관들에 근태 불량이 많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서 확인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공공기관들을 감사하면서 자료 요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박범계 의원은 “이건 완전히 사찰 공화국”이라고 질타를 이어갔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민주당, 공수처 고발까지 예고

민주당은 지난 9월 감사원의 정치보복성 감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감사원 정치개입 방지법(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019년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2021년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2022년 3월 대선 ‘소쿠리 투표’ 논란 등 전 정부에서 주목받던 사안들에 대한 감사가 줄줄이 개시됐고, 국민권익위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여권의 ‘사퇴’ 요구를 받은 전 정부 임명 기관장에 대한 표적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다.

정치권은 이번 감사원 국정감사 결과가 향후 감사원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야 법사위원들은 국정감사 내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고 있다.

법사위 밖에서도 감사원 국정감사를 주목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감사원의 철도 이용 내역 조회를 두고 “감사원법 제50조 2항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민 ‘대감게이트(대통령-감사원 게이트)’의 실체가 전 정부를 겨냥한 정치탄압임이 너무나 자명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권익위, 방통위 등 전 정부 인사에 대한 표적 감사에서부터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 대통령실 문자 직보와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감사원은 무차별 불법 감사로 최소한의 절차와 명분마저 내팽개쳤다”며 “민주당은 이미 최재해 감사원장 사퇴와 유병호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나아가 "향후 진상 규명이 없다면 감사원 원장과 사무총장,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모두 공수처에 고발조치하겠다"며 “감사원을 감사할 책무가 국회에 있는 만큼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 법이 정한 절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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