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술자리 의혹’이 여야의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이 사실상 ‘음모론’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여당의 공세에 민주당도 ‘맞대응’에 나서면서도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26일 정치권은 한 장관의 술자리 의혹을 두고 거센 공방을 이어갔다. 일단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 제기가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물고 늘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변인 출신이자 이재명 당 대표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의 수준이 참 낯부끄럽다”며 “똥볼을 차도 아주 심하게 찼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의원이 일종의 찌라시 정치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의원이 ‘기자 출신’이라는 점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 의원은 “기자는 팩트체크 하는 훈련을 계속 받아온 사람일텐데 팩트체크 능력이 너무 떨어졌다”며 “김 의원이 이번에는 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생했다. 질의에 나선 김 의원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과 익명의 제보자의 녹취파일을 공개하며 한 장관의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7월 19일 청담동에 위치한 어느 바에서 대형로펌 변호사 30여 명과 한 술자리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동석을 했다는 것이다.

즉각 한 장관은 반발했다. 과거 김 의원이 여러 차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말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감장에서 찌라시 수준도 안 되는 것을 갖고 국무위원을 모욕하고 국정감사를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날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에도 금도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 문제는 정치적 영역에서 벗어나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한 장관은 전날(24일) 성명을 통해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튜브 등으로 유포한 더탐사 및 그 관계자들과 이에 협업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김의겸 대변인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한 장관뿐만 아니라 녹취 당사자인 이세창 전 대행도 더탐사 측과 김 의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행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발언들이 떠도는 것을 절대 좌시할 수 없다”며 “이러한 사람들이 정치에 발붙일 수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가계부채와 고금리 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술집 회동을 취재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내용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가계부채와 고금리 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술집 회동을 취재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내용을 보고 있다. /뉴시스

◇ 고삐 죄는 국민의힘 vs 민주당은 ′맞불′

한 장관의 ‘법적 대응’에 맞춰 국민의힘도 고삐를 죄고 있다. 사실상 김 의원이 유튜브 더탐사와 ‘협업’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면책특권’이 무용하다는 주장을 앞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의원이 공작냄새가 풀풀나는 ‘협업’한 사실을 시인한 이상 ‘더탐사’의 범죄행위에 가담한 공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며 면책특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년 대법원은 명백한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했을 경우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법적 대응’에 김 의원도 맞대응에 나섰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뒷골목 깡패들이나 할 법한 협박”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제보의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을 뿐 ‘거짓’이나 ‘왜곡’은 없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김 의원은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며 “제보 내용이 맞는지도 계속 확인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당과 ‘싸움’이 본격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역시 이러한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다분하다. 당내 인사들이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적극 동조하며 한 장관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감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온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중대안 사안”이라며 “당연히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전날 페이스북에 “공익제보자의 증언이 있으면 질의할 수 있는 것은 의원의 국정 권리이고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맞불 작전’에 돌입했지만 분위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부터 섣부르게 한 장관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는 제가 알 수 없다”면서도 “한 장관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기에 장관이나 국무위원에 대해 어떤 질의를 할 때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 근거를 갖고 질의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한 장관을 두고 ‘때리면 때릴수록 커진다’는 우려가 역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는 이번 상황이 사실상 ‘정확한 팩트’에 의해 책임 소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사안”이라면서도 “팩트가 무엇인지 결과에 따라서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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