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아침 출근길 약식회견 중단을 공지한 가운데 야권에서 일제히 질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취임 후 194일간 약 61회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지만, 지난 18일 한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의 언쟁 후 돌연 중간을 결정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자처한 비속어 논란 책임을 언론 탓으로만 돌리고 헌법상 보장된 언론 취재마저 탄압하니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나”며 “더구나 대통령이 자부한 도어스테핑 장소에, 기자와의 설전 직후 경호와 보안을 빌미로 이 정권의 불통과 오기를 상징할 가림막을 세우고 도어스테핑마저 중단한다고 했다. 점입가경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대통령이 야당, 국민 앞에 철벽을 치고 대통령은 언론과 사이에 가벽을 세우니 대한민국 정치에 큰 절벽이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눈과 귀를 완전히 틀어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차가운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선 우리 국민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잘못을 거짓과 음모론으로 덮으려는, 무능한 실정 책임을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정치를 중단하라”며 윤 대통령이 여야 대표 회동 추진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 또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불미스러운 사태냐. 재발 방지 방안을 운운하는 것은 기자들이 대통령의 말씀에 따져 묻지 말라는 것이냐”고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대통령실의 결정에 반문했다.

안 대변인은 “참 권위적인 발상이고 좀스러운 대응”이라며 “열린 소통을 하겠다면 불편한 질문도 참아 넘기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불편한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닫힌 불통이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에 앞서 1층에 돌연 가림벽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 역시 언론과의 소통에 벽을 치고 빗장까지 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경호 보안상의 필요, 외교상의 문제를 이유로 대지만 핑계로 들린다”며 “MBC 기자와의 설전이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 벽을 치고 있다. 삐뚤어진 언론관은 가림벽으로 가려지겠지만, 국민과의 소통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도 대통령실의 가림막 설치와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를 ‘헌법수호의 일환’이라고 밝힌 데 이어, 대통령실은 출근길 브리핑을 진행하던 청사 로비 1층에 가벽까지 설치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하루 만에 출근길 브리핑 중단까지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출근길 브리핑을 하는가 마는가는 대통령의 자유이지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영원히 소통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질책했다.

이 대표는 “분명히 말씀드린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은 언론 개혁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 개혁”이라며 “말로는 헌법과 자유를 외치지만 그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배반하는 대통령,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수천억 들여서 청와대 밖을 나왔지만 결국 국민과의 소통을 끊어버리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대한민국 언론은 국민의 눈을 대신한다. 대통령은 무엇을 가리고자 하는 것이냐. 정권의 불편한 목소리는 듣기 싫고, 정권의 실정을 숨기고자 가림막을 세우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MBC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은 윤 대통령에게 다시 묻는다. 진짜뉴스는 무엇이냐. 본인의 말이니 가장 잘 해명할 당사자는 대통령 자신이다. 정작 그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키우고 있는 당사자도 대통령 자신이다”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제는 하다하다 기자의 슬리퍼까지 ‘함량 미달’ ‘총회꾼’ 운운하며 시빗거리로 만들었다”며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책이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언론 탄압할 자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디 자유를 찾기 전에 이성부터 되찾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에서 MBC의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선택적 언론관’이라는 비판을 받자 “자유롭게 비판하시길 바라고 언론과 국민의 비판은 늘 받아들이겠다”면서도 “MBC에 대한 전용기 배제는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에 헌법수호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답했다.

이에 MBC 기자가 ‘뭘 왜곡했냐’고 질의했으나 윤 대통령은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그 상황에서 기자에게 “뒤에 대고 질문 하면 안된다”고 지적한 대통령실 비서관과 기자는 언쟁을 벌였다. 이후 대통령실과 기자실을 가로지르는 가림막이 생겼고, 대통령실은 출근길 기자회견 중단을 선언하며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 취지를 잘 살릴 수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