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시작했다. 이를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취재진이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통령이 들어오면 현안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질답을 나누는 형태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담이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침마다 취재진 앞에 선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기사를 읽다보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또 대통령이 아침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취임 6개월을 맞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만에 기자들 앞에 섰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하지 않았다. 대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가거나, 종교계 원로들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 없이 다음날 떠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 일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도 거부했다.  

◇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얘기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55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에 나타났다. 차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들어오면서 취재진을 향해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랜만이기는 하다. 윤 대통령의 마지막 도어스테핑은 지난달 28일로 13일 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MBC 취재진의 탑승 거부 논란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날따라 도어스테핑 대기석에 모인 취재진이 더 많았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윤 대통령은 애도와 추모의 의미, 그리고 참사 수습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의 2주 만에 기자들을 만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에 집중돼 있었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중에 참사에 대해 언급된 부분은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아직도 충격과 슬픔에서 힘들어하시는 국민을 두고 이런 외교 순방 행사에 참석을 해야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문장뿐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추모 법회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라고 밝혔다. 또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도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사과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더 많다. 윤 대통령의 ‘사과’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힌 발언이 들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7일 대통령실은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한 비공개 발언을 소개해 일선 현장의 경찰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니 여론은 윤 대통령이 앞서 한 두 번의 ‘사과’를 정식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한 취재진은 본지 기자에게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기자들을 만났고, 참사 후 첫 도어스테핑이니 대국민 사과에 준하는 발언을 할 줄 알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 야당의 국정조사 사실상 거부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한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에 대해서 “국민 모두는 과학 수사와 강제 수사에 기반한 수사기관의 신속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국정조사로는 강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으니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일선 현장의 경찰을 질타했고,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또 특수본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과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또 그간 윤 대통령이 왜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13일 간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는 대신 출근길 전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했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매일 조문을 간 윤 대통령은 이후에는 종교계 원로들을 만났다. 이 역시 사전 공지 없이 비공개로 만났고, 사후에 브리핑을 통해서 공개된 행보다. 

윤 대통령이 조문을 계속한 것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을 표현한 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참사 수습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이 아침에 기자들을 만나 위로 메시지를 전했으면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좀 줄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은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전문이다. 

2022년 11월 10일 오전 8시 55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

<모두발언>

오랜만입니다. 내일부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주 수요일까지 순방을 떠나게 됩니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아직도 그 충격과 슬픔에서 힘들어하시는 국민을 두고 이런 외교 순방 행사에 참석을 해야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마는 워낙 우리 국민들의 경제 통상활동과 그 이익이 걸려있는 중요한 행사라 암튼 힘들지만 어쨌든 이 순방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아세안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합체고, 경제강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이 아세안의 중심성이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런 지역입니다. 전세계 그 물동량의 50%가 이 아세안 지역에서 움직이고, 수만개의 우리 기업들이 이 지역에 투자를 하고 경제 전쟁과 경쟁을 치르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우리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기 위해서 이 회의 참석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을 하게 됐고.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초하는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원칙을 발표하고, 그리고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에 대한 연대 구상에 대해 발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다자회의에서 중요한 양자회담들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한미일 정상회담은 확정이 됐고, 몇가지 양자회담도 확정이 됐거나 또는 (협의) 진행 중입니다. 그 다자회의에서 양자회담은 미리 확정되는 경우도 있고, 다자회의 진행 중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도 있거니와, 또 검토가 되다가 여러가지 사정상 변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양자 회담도 다자회의 기간 동안에 있습니다. 

G20는 B20이라는 비즈니스 기업인들의 회의와 투트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2가지 회의에 전부 참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하루는 일정을 좀 줄여서 G20은 이틀만 참석을 하고 밤 늦게 귀국할 생각입니다. 

<질의응답>

Q. 대통령님. 김은혜 수석과 강승규 수석의 웃기고 있네 논란이 참모진의 자질을 의심케한다는 평가가 좀 큰데요.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실 의향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A. 출석한 정부 위원들과 관련해가지고 뭐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종합적으로 다 좀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질문?

Q.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야당에서 지금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진상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과거에도 우리가 그 많은 인명 피해를 희생자가 발생한 이런 사건, 사고에서 수사기관이 과학수사와 강제수사에 기반한 신속한 진상규명을 국민들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경찰 수사, 그리고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후에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 규명을 국민들께서 더 바라시고 계시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Q. 순방 전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해서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통령님 입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이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자 여러분께도 이런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고하십쇼. 

Q. 이상민 장관 경칠설에 대해서는 입장 없으신가요. 

A. (대답 없이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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