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침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이 중단됐다. 최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태’ 때문이라고 한다. ‘탈권위적 정부의 투명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도어스테핑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방지 방안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18일까지 6개월 동안 총 61회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또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도어스테핑이 부침을 겪을 때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 애정이 깊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전날까지도 대통령실은 이같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날 도어스테핑을 돌연 중단했다. ‘불미스러운 사태’가 그 이유다. 이 ‘불미스러운 사태’는 지난 18일 MBC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의 언쟁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봐서는 언제 도어스테핑을 재개할지 알 수 없다. 

특히 대통령실은 전날 1층 기자실과 청사 출입구 사이에 나무 합판으로 된 가벽을 설치했다. 현재 청사 1층 공간이 취재진에게 오픈돼 있어 주요 인사와 외빈 등이 출입하는 게 모두 노출되기 때문에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도어스테핑이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설전이 가벽 설치와 연관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돌연 도어스테핑이 중단되면서 가벽 설치가 도어스테핑 중단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럼 다시 대통령실이 이유로 든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복기해보자.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당시 윤 대통령이 MBC의 보도에 대해 ‘악의적’이라고 발언했고, MBC 기자는 이에 집무실로 올라가는 윤 대통령에게 후속 질문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기자의 질문 태도를 지적하고 끼어들면서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즉 도어스테핑 중단 이유로 든 ‘불미스러운 사태’는 MBC 기자와 비서관 사이의 설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라 도어스테핑 중단은 예상됐던 바였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불미스러운 사태’ 때문에 중단한다고 굳이 밝힌 데는 MBC 뿐 아니라 기자단 전체에 대해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시작한 도어스테핑의 취지는 ‘탈(脫) 권위적 정부를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즉 권력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이날 도어스테핑 중단 공지에도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을 향한 질문 중에 ‘불편하지 않은’ 질문만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러니 야당이 이날 “열린 소통을 하겠다면 불편한 질문도 참아 넘기는 대범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탈권위를 내세운 대통령실의 행보는 그들이 밝힌 기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는 ‘대통령이 집무실로 올라가는 뒤에다 대고 질문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로 인해 설전이 벌어지자 ‘불미스러운 사태’라며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보안을 이유로 가벽을 설치했으나, 대통령실은 해당 공사가 언제까지 진행될 지 답변해주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기자단에 MBC 기자의 교체를 원한다는 소식도 흘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