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지속적으로 해왔던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이 21일 6개월여만에 중단됐다. 지난 18일 MBC 기자가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 중 질문을 한 것이 문제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도어스테핑이)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도어스테핑 중단이 MBC 기자를 퇴출하라는 압박으로 해석한다. 또 대통령실은 해당 기자에 대한 개별 징계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일이 현실화되면 윤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다. 

◇ 대통령실 “난동에 가까운 행위”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단 사유는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라고 한다. 이 불미스러운 사태는 MBC 기자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막바지에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질문했고, 이를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제지하면서 벌어진 언쟁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입장은 달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도어스테핑을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만들려 한 것은 스스로 질문 받고 견제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 역시 이날 취재진과 만나 “현장을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그 현장이 국민과의 소통의 장이 아니라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국민 모두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재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도어스테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려는 본래 취지를 오히려 위협받게 되고, 그렇게 국민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도어스테핑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런 판단이 섰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기자는) 대통령이 이미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등에 대고 고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같은 얘기를 두 차례 반복했다”며 “저는 그것이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편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대통령실은 MBC 기자와 대통령실 참모 간 ‘설전’을 불미스럽게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자가 ‘집무실로 올라가는 대통령 뒤에 대고 큰 소리로 질문을 한 것’을 불미스러운 일이라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도어스테핑 중단 사유 역시 두 사람의 언쟁이 아니라 ‘기자가 큰 소리로 질문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 행위가 어째서 ‘정당한 취재활동’이 아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은 사의

게다가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징계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출입기자 간사단에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회사 기자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며 의견을 요청했다. 상응 조치로 언급된 것은 MBC 소속 해당 기자에 대한 출입기자 등록 취소, 기자실 출입정지, 기자 교체 등이었다. 출입기자단은 “품위 손상 여부 등은 간사단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며 징계를 논할 수 있는 근거 규정 자체가 없다”며 의견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것이 MBC 기자에 대한 징계 요구냐’는 지적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계속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이는 MBC 기자가 ‘대통령이 집무실로 올라가는 데 큰 소리로 질문을 한 것’을 난동으로 규정짓고, 조치를 하려는 게 대통령실의 전반적인 기조라는 의미다. 

다만 이 관계자는 “즉각적이거나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기자단과의 협의 속에서 자정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고민을 해 나가겠다. 특정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전날 간사단에 자문을 구하면서 내놓은 것은 사실상 해당 기자의 퇴출이었다. 

대통령실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해당 기자의 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기자 취재 태도를 대통령실이 ‘난동에 가까운 행위’라고 판단해 도어스테핑을 전면적으로 중단한 것을 넘어 이제는 그 기자의 출입 여부도 결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대통령실의 언론관 논란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도어스테핑 중단이 기자단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비춰지는 것도 문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어스테핑 중단의 속뜻은 MBC 기자를 징계하라는 것”이라며 “해당 기자에 대한 징계 요구는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가자단을 갈라치려는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도 있다.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구 국민소통관장)이다. 김 비서관은 지난 18일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도어스테핑 및 그 공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MBC 기자와 언쟁을 벌인 이기정 비서관의 거취는 변함이 없다. 대통령실은 이 비서관이 MBC 기자의 소란을 지적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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