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정진석(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국민의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표면상으론 ‘선 예산안 후 국정조사’라는 데 내부 의견을 모은 듯했지만, 정작 본회의에서 친윤계 인사들이 대거 반대‧기권해 여러 해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은 이러한 해석이 ‘언론의 편가르기’라며 거리를 두고 나섰다. 당내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했다. 이보다 하루 전날(2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에 합의를 한 만큼 통과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른바 ‘친윤계’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왔다. 장제원‧윤한홍‧이용 의원 등은 반대표를 던졌고, 권성동‧이철규 의원 등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전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선 수사 후 국정조사’라는 당론을 깨고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제안하자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번 국정조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탄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정조사에 대통령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수용하기 힘들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국정조사는 아직이다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직접 설득하고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잡음은 잦아드는 분위기였으나,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본회의 직전 열린 첫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불참했다. 조사 기관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것에 반발하면서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원내지도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목적에 어긋난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 ‘주호영 흔들기’ 반작용?

이번 표결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윤계가 다시 주 원내대표를 흔들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국회 운영위원장이었던 주 원내대표가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키자 친윤계가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만나 “주 원내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태가 약화된 친윤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윤계가 당의 주도권을 장악해오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움직임’에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인터뷰에서 “국정조사 통과를 계기로 친윤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것들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회의원은 다 개별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친윤계가 민심을 제대로 못 읽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평가했다.

여진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의원의 ‘자율’이라는 점을 근거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언론이 쓸데없는 것을 갖고 편 가르기를 한다”며 “소신에 따라서 지금 이 시기에 국정조사가 맞지 않다고 하는 분들은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몇 명이 찬성을 안 했다고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 때문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 것인가 이렇게 보는 것은 좀 과도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이러한 해석에 선을 긋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와 관련해서는 입장이 없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특별한 세부 사안에 대해서 저희가 일일이 설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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