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배정되는 소형아파트 세대의 상당 수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배정되는 소형아파트 세대의 상당 수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야말로 깜짝 한파가 들이닥치는 등 날씨가 제법 겨울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염원했던 소식도 함께 들려옵니다. 바로 ‘일상회복’입니다. 비록 코로나19 종식은 아니지만, 예전의 일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깊습니다.

저희 가족에게도 시간의 흐름을 느낄 만한 변화가 있는데요. 바로 둘째가 어린이집 ‘데뷔’ 준비에 나선 겁니다. 첫째 때에 비하면 다소 빠른 감이 있지만, 동네에 함께 갈 또래 친구가 있고 첫째가 다니고 있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확실히 첫째 때보단 설렘과 긴장은 덜하지만, 아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생각에 뭉클하고 대견합니다.

오늘은 이 시대 최대 화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집’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 정말 무서운 요즘입니다. 저는 지금 동네에 꽤 오래 전부터 살아온 데다, 결혼 이후 직접 전셋집을 구해보기도 했기 때문에 시세를 잘 알고 있는 편이었는데요. 최근 1~2년 새 집값, 특히 아파트값 흐름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세태는 30대 중반의 무주택 가장인 저에게 조바심과 초조함은 물론, 때때로 상대적 박탈감까지 안겨주곤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엔 집값을 잡는다는 이유로 대출이 꽉 막히고, 매물 또한 크게 줄어들었는데요. 당장 두 아이의 성장에 발맞춰 보다 넓은 집이 필요하고, 또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위해 ‘내집마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저에겐 더욱 답답하기만 한 상황입니다.

물론 집값문제라는 것이 현 정부의 실책 뿐 아니라 저금리·유동성·시장심리 등 복잡한 요인이 작용하는 어려운 사안이고, 수도권 과밀·세대변화 등 장기적 측면에서의 대책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주거문제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저출산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해결이 무척 시급한데요. 실제 정부 및 정치권 등에서는 저출산문제 해결의 측면에서 여러 주택 관련 대책을 쏟아내 왔습니다. 하지만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아쉬운 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자녀가구에 대한 특별공급이 그 의미를 다하지 못한 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현실은 씁쓸함 그 자체입니다.

아파트 청약 열기가 ‘광풍’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인 요즘에도 찬바람이 부는 모집부문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평수의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실제 한 아파트의 청약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상반기 청약을 진행했던 GS건설의 북수원자이 렉스비아는 일반공급에서 모든 평수 및 타입이 1순위로 마감됐을 뿐 아니라 4.26~148.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의 경우 전용면적 48㎡에 11세대가 배정됐지만 단 한 건의 청약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전용면적 59㎡ 역시 70세대가 배정됐는데, 해당지역의 청약접수는 전무했고 기타경기 및 기타지역에서만 12건이 접수됐을 뿐입니다. 같은 조건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23세대가 배정된 전용면적 49㎡에 총 76건의 청약이 접수됐고, 145세대가 배정된 전용면적 59㎡엔 총 946건이 접수됐죠. 차이가 뚜렷합니다.

그런데 큰 평수에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3세대가 배정된 전용면적 74㎡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엔 37건의 청약이 접수됐고, 42세대가 배정된 전용면적 84㎡엔 170건이 접수됐습니다. 가장 큰 전용면적 99㎡엔 7세대가 배정됐는데 89건의 청약이 접수됐죠. 

이는 비단 이 아파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약 2~3년간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배정된 주택 4세대 중 3세대가 청약접수 미달로 인해 다자녀가구의 거주가 무산됐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자녀가구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3명 이상의 자녀입니다. 그만큼 넓은 평수가 필요하고, 특히 3명 이상의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를 고려하면 방도 많아야 합니다. 방이 2개 이하이거나 평수가 작은 소형아파트는 애초에 다자녀가구에 맞지 않는 셈이죠. 실제 지난해 경기도지역에서 미분양된 다자녀특공 800여세대는 모두 60㎡ 미만의 소형아파트였습니다.

저출산문제와 주거문제가 모두 심각한 현실 속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 같은 촌극은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최근에야 문제인식 및 법 개정 등을 통한 해결책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쯤 개선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수년째 출산률, 출생아수 등의 수치가 연신 최저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지도 꽤 됐죠. 세심하고 신속한 정책적 대응 부족으로 촌극을 겪기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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