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부의 시선이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당권 구도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큰 만큼 스스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급기야 나 부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까지 이뤄지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당무 개입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윤심’이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에 힘을 싣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내 혼란도 가중되는 형국이다.

9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에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졌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직을 맡아 있으면서 당의 대표를 한다면 국민 정서에 바람직한 것이냐는 비판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현실적으로 출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직을 던지고 나오면 또 무책임하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출마 소문만 무성했던 나 부위원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송파을 당원협의회에서 “여러 가지로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으나, 지난 6일 KBC 광주방송 ‘여의도 초대석’에 출연해서는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 면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나 부위원장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보다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역력하다는 점이다. 

그 기저에는 이번 전당대회를 뒤흔들고 있는 ‘윤심’이 존재한다. 물론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윤심은 어디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지만, 당내에서는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을 비롯해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 등을 근거로 김기현 의원이 윤심에 가깝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던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두고도 윤심에 의한 교통정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 나경원 출마 시 전당대회 구도 안개 속

이렇다 보니 나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출마문제에 집중돼 있다. 당권 구도를 혼탁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주문이다. ‘친윤’ 인사로 평가되는 김정재 의원은 지난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율이 조금 높다고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 역시 나 부위원장에 대한 ‘압박’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나 부위원장이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부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급기야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해촉 가능성까지도 꺼내 들었다. 표면상으론 나 부위원장이 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것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시그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의 목소리는 ‘윤심’에 대한 반발과 맞닿아 있다.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답이 정해졌으니 당원들은 정해진 대로 투표나 하라는 식의 답정너 전당대회는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길 뿐”이라며 “여론조사 상 당원지지율 압도적 1위인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게 될 경우, 전당대회 구도는 ‘안개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일단 후보 간 표심 분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데다, 오히려 ‘친윤계’ 중심 조직화에 반발하는 ‘비윤계’가 몰릴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준석계’로 불리는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8일) 페이스북에 나 부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을 향해 “더 이상 윤핵관과 같은 키워드가 정치권과 언론에 도배되지 않도록 출마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해 달라”며 이러한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결선투표’에서 ‘김기현-나경원’ 구도로 재편될 경우, 승산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결선투표에 가게 된다면 ‘반(反) 김기현’ 연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며 “그렇게 되면 나 부위원장의 경우는 승산이 더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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