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가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고심에 대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과는 달리 실질적인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친윤계의 전면 등장에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격랑에 휩쓸린 모습이다. / 뉴시스
친윤계가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고심에 대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과는 달리 실질적인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친윤계의 전면 등장에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격랑에 휩쓸린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 친윤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당권 출마에 무게를 실은 나경원 전 의원을 친윤계가 겨냥하면서 당이 격랑에 휩싸인 분위기다.

친윤계의 목소리는 그간 ‘경고’ 차원에 머물렀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한 이후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이에 이번 전당대회 판을 흔드는 ‘친윤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당이 더 출렁거리고 있다.

◇ 나경원에 맹폭 가한 윤핵관

나 전 의원의 선거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의 출마 선언을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귀국 시점으로 전망했다. 박 전 의원은 “며칠 사이에 행보라든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출마 의지는 명확해 보인다”며 “다만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외국에 나가 계시니까 그 기간에 어떤 의사를 밝히는 게 예의가 아니어서 귀국 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박 전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21일 이후에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 연휴라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비슷한 시점인 ‘20일 출마’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이에 나 전 의원 측은 입장을 내고 “20일 출마 선언설은 낭설”이라며 “대통령이 귀국하시면 그때가서 고려해볼 것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이 여지를 뒀지만, 정치권에선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6일 고(故)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페이스북에 “저는 한 번도 당을 떠나본 적 없는 보수의 원류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서도 천태종 총무원장인 무원 스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무소의 뿔처럼’을 말씀하신다. 지난 금요일부터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고 했다. 사실상 ‘출마’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당내에서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인 가운데, 그를 향한 공세는 더 매서워졌다. 특히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극구 반대해 온 친윤계는 줄곧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백의종군’을 자처했던 장제원 의원이 있다. ‘친윤계 후보’를 자처하는 김기현 의원과 손을 잡은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의 해임과 동시에 ‘맹폭’을 쏟아냈다. ‘대통령 기만’, ‘간 보기 정치’ 등 노골적 비판이 이어졌다. 

동시에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겨냥 “제2의 유승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상 친윤과는 거리가 있는 ‘반윤(反尹)’ 이미지를 덧댄 것이다. 여기에 ‘친윤계’로 평가되는 배현진 의원과 박수영 의원도 가세했다. 배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나(羅) 홀로 집에'라는 이미지가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어쩌다 이 지경. 안타깝다”고 적었다. 박 의원 역시 배 의원과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며 “이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래 사진처럼 희화화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친윤계에 대한 우려의 시선

친윤계가 전면에 나서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사실상 이번 상황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점철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5일) 페이스북에 “당원들은 앞으로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고 지적했지만, 소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가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당을 흠집 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말라”고 언급한 게 또 다른 화근이 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연일 나 전 의원과 ‘대립각’을 세운 장제원 의원을 견제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나 전 의원 측 박종희 전 의원은 앞선 라디오에서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캠프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의원이 당선될 경우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게 된다는 소문에 대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까지 하겠나 싶은데 그렇게 인식되는 이 상황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비윤계’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지금 ‘장제원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며 “부디 당을 위해 ‘눈물의 전면후퇴’를 해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했다.

친윤계가 전면에 드러나 전당대회 판을 흔들며 불거진 당내 혼란은 여론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3%로 나왔다. 직전 조사에 비해 1.6%p 떨어졌고, 4주 연속 40%를 유지해오던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경고성’ 지표인 셈이다.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 간의 ‘직접적 갈등’ 국면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럼에도 윤핵관의 ‘공세’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적 지지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주도권을 쥐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윤핵관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근본적 이유는 윤 대통령이 다음 당권을 차지하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다음 총선 이후 자신의 국정 구상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원하고 있고 당에서 그런 목소리가 안 나오면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보니 교통정리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리얼미터 주간집계 2023년 1월 2주 차 (9~13일)
2023. 01. 16.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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