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둘러싼 주자들 간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여권 내 분위기와 달리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이어 ‘수도권 출마론’에 공감대를 형성한 윤상현 의원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번 전대 레이스에서 ‘친윤계’를 등에 업고 분위기를 탄 김기현 의원에 대한 본격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11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요구했다. 안 의원은 “고민이 많겠지만 나오길 바란다”며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우리 당의 참여자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실과 갈등 국면 속에서 출마를 두고 장고(長考)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반전시키는가가 정치인의 역량”이라고 부연했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희망하는 이유로 이번 전당대회의 ‘흥행’을 내세웠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을 대상으로만 치러지는 만큼, 자칫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걸 막아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가능하면 다양한 변수,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여러 후보가 나서 전대의 ‘판’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인 셈이다.

이러한 안 의원의 발언은 그간 당 내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까지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내 주류 세력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노골적으로 반대해 왔다. 처음에는 ‘정부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직을 포기한 뒤에도 비판은 그치지 않았다. 이미 나 전 의원의 출마 자체가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제2‧제3의 이준석을 막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선거”라며 “나 전 의원이 무리수를 감안하고 나올 경우는 잃을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당의 분열과 갈등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는 사람은 당 지도부가 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 김기현 견제 나선 안철수

안 의원이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나 전 의원의 출마로 가장 크게 피해를 볼 인물은 현재 ‘대세론’에 가까운 김기현 의원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직을 맡고 있으면서 당의 대표를 한다면 그것이 국민 정서에 바람직한 것이냐는 비판이 들어올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지지율을 살펴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뚜렷하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이 30.7%로 1위를 기록하며 김 의원(18.8%)을 앞서고 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욱이 나 전 의원이 안 의원이 줄곧 주창해 온 ‘수도권 출마론’에 부합한 인사라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간 당 대표 수도권 출마론에 보조를 맞춰온 안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최근 이를 고리로 더욱 ‘끈끈한 연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앞서 윤 의원은 안 의원을 향해 “경쟁적 협력관계”라고 평가하면서 ‘공동선언문 작성’까지도 거론했다. 안 의원이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의원과 나 전 의원을 포함한 ‘수도권 연대’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구상의 끝은 김 의원을 향하고 있다. 김 의원을 향한 안 의원의 견제구가 거세지는 것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 의원은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김 의원의 선거캠프 개소식에 약 3,000여명이 참석한 것을 두고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보여주기로 사람들에게 각인을 시키려고 하는가로 받아들인다”고 깎아내렸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 김 의원이 약진한 것을 두고도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 후 기자들을 만나  “ARS는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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