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통신 분야 독과점 해소를 목적으로 경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개선 방안 중 하나로 단말기 추가지원금 상한선 상향을 발표했다. / 뉴시스
최근 정부는 통신 분야 독과점 해소를 목적으로 경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개선 방안 중 하나로 단말기 추가지원금 상한선 상향을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내세워 각종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말기유통법)도 수술대에 올랐다. 휴대폰 유통 대리점의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국민들의 휴대폰 구매 가격 부담을 낮추고 가격 인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인데,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불법지원금을 합법으로 만들어 소비자 혜택↑

최근 정부는 통신 분야 독과점 해소를 목적으로 경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공정시장 정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개선 방안 중 하나로 단말기 추가지원금 상한선 상향을 발표했다.

추가지원금은 대리점과 판매점이 단말기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이동통신사의 공시지원금에 더해서 제공해주는 것이다. ‘단말기유통법’ 제4조(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 5항은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동통신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00분의 15의 범위에서 이용자에게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제4조(공시 주기 및 제공)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는 공시지원금을 화요일과 금요일에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공시지원금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과도한 지원금 경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2014년 ‘단말기유통법’ 제정 당시, 날마다 지원금 규모가 달라져 고객들의 구매 만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됐다.

다만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됐다. 추가지원금 상한선 15%를 벗어난 불법지원금 살포 행태가 끊임없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의 실효성 논란도 고개를 들었다. 은밀하게 불법지원금 살포가 이뤄지면서 휴대폰 구매자들 간의 정보 격차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시장 내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도 크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30%로 확대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모색했다. 방통위는 지난 2021년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 정부도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확대해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속 높아져 가는 단말기 출고가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상한선 확대를 어떤 수준으로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 대형 유통망 중심의 시장 우려… “장려금 차별 없이 지급해야”

추가지원금 상한선 확대를 놓고 우려 시선도 있다. 추가지원금 확대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대형 유통점 중심으로 과점이 형성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과 달리 변경 주기에 대한 규제가 없다. 각 대리점·판매점은 여건에 따라 추가지원금을 책정하게 된다. 추가지원금은 통신사로부터 받는 장려금과 자체 재원으로 마련된다. 유통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장려금은 대형 유통점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대형 유통점과 중소 유통점 간 판매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통신3사 과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지만 유통시장에서 새로운 과점이 만들어질 우려가 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심판 과제 중 하나로 추가지원금 상한선 폐지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추가지원금 상한선 폐지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온라인 토론도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일정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 홈페이지에서 과제에 대해 온라인토론이 이뤄지면 소관 부처가 토론 결과를 참고하게 된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추가지원금 상한을 30%로 한다는 것으로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규제 심판 제도 과제에서는 상한선을 없애는 것이었는데 지금 30% 법도 통과 안됐다. 여기서 더 높은 상한선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라며 “추가지원금이 확대되면 공시지원금이 줄어 고객 혜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가 하나 있다. 또한 소비자를 위해 싸게 판매하는 사람들이 범법자가 되도록 하는 단통법 자체가 잘못됐다. 가격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년 동안 유통망이 반 정도가 줄었다. 단통법 이전에는 연간 단말기 판매가 2,000만대 정도 됐다. 그러나 작년 기준 1,200만대 가량 팔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통사 지원금 제도는 유지, 추가 지원금 상한선 폐지, 대형 유통점과 중소 유통점에 경로별로 주는 이통사 장려금을 차별 없이 지급하면 시장 활성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추가지원금 확대는 유통점에 부담… “5G요금 인하해야”

추가지원금 상한선 확대에 대해 유통점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은 좋지만 중소 유통점은 부담이 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리점 관계자 A씨는 “실질적으로 추가지원금을 활용해서 판매가 되지 않는다”면서 “대리점 입장에서는 추가 지원금이 올라가면 마진이 더 줄어든다. 소비자들은 싸게 살 수 있는 점은 좋지만 중간에 휴대폰을 바꾸는 경우 위약금이 전보다 증가한다”고 말했다.

판매점주 B씨는 “소비자는 좋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이 낮아지니까 좋지 않다”며 “이보다는 5G요금을 인하해야 한다. 추가지원금 확대는 판촉비를 증가시켜 대리점이나 판매점만 힘들게 한다”고 답했다.

B씨는 이미 업계에서 공시지원금의 30% 넘는 금액을 불법보조금을 통해 추가로 지원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0%로 주는 곳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한선 확대는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사 장려금은 대형 유통망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신도림에 있는 대형 유통망이 개통 건수가 많아 일반 대리점보다 장려금을 더 많이 준다”고 언급했다. 추가 지원금이 확대되면 중소 유통점은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제휴카드를 활용해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를 들면 160만원 스마트폰을 공시지원금 20만원, 제휴카드 발급 70만원 등으로 가격을 낮춰 70만원 수준 단말기 가격을 보여주는 식이다.

B씨는 “카드 할인 70만원은 카드사로 가기 때문에 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불법보조금을 받았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카드를 2년, 3년 계속 써야 한다. 절대 공짜가 아니다. 160만원 스마트폰을 70만원에 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4조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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