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K-Network 2030 전략 발표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K-Network 2030 전략 발표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한국은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에 참여해 지난 2018년 5세대 이동통신(5G)을 도입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2023년에도 5G 28GHz 속도가 필요한 서비스를 아직 찾지 못했다. 정부는 LG유플러스와 KT로부터 회수한 28GHz 주파수 중 하나를 신규사업자에게 할당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존 통신사들도 포기한 28GHz를 위해 통신시장에 들어오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 28GHz 특화 제4이동통신사 추진… “SKT도 할당 취소될 것”

정부는 지난해 LG유플러스와 KT로부터 회수한 5G(28GHz)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을 활용해 정부는 지난 15일 제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동통신사 과점 문제를 해소할 것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제4이동통신사’가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8GHz로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을 필수로 하지 않았고, 지역 안에 핫스팟 망을 구축하게 해 설비 투자 부담을 낮췄다. 또한 초기 투자를 위한 대출을 준비했다. 과기정통부는 중소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도 기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4이동통신사 등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기존 통신사도 28GHz 사업을 포기했는데 신규사업자가 사업을 결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와 KT는 28GHz 기지국 1만5,000개를 확보하지 않아 지난해 12월 할당 취소됐다. SKT는 오는 5월까지 기지국 할당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SKT도 28GHz 주파수가 할당 취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28GHz 주파수가 할당 취소되는 데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SKT도 다른 통신사처럼 할당 취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비자가 28GHz가 탑재되는 단말기를 비싸게 구매하더라도 28GHz 전용 서비스가 없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28GHz를 메인으로 하는 투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28GHz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AR, VR은 지금도 된다”고 밝혔다. AR게임으로는 대표적으로 ‘포켓몬GO’ 게임이 있다. 포켓몬GO는 2017년 1월에 출시됐다. 통신사들이 2018년 5G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해당 AR게임은 5G가 아니어도 서비스가 가능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8GHz 사용용도로 인구 밀집 지역 트래픽 분산과 원격의료, 고도화된 AR, VR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8GHz가 도입된 2018년에는 일반 무선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을 목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28GHz 주파수를 도입할 때는 원격 의료 수술을 하거나 자율주행차 운행이나 산업현장에서 쓸 수 있겠다고 봤다”면서 “처음에는 B2B 용도였다. 소비자들 대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 28GHz는 업계 외면… 6G 기술 확보 나선 정부

과기정통부는 통신사들이 28GHz 전국망을 구축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28GHz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사업자가 원하면 건물 단위로 사용하는 ‘이음 5G’를 구축해준다. 28GHz 주파수 사용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시도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 12월 처음으로 네이버클라우드 건물에 5G인 28GHz와 4.7GHz 이음 5G 주파수를 할당했다.

5G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아야 했지만 이음 5G 이후로는 기업이 직접 5G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8GHz를 실제 사용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늦어졌다. 지난 7일 과기정통부는 이음 5G에 사용할 단말 3개에 대한 ‘전파인증’을 했다고 밝혔다. 전파인증이란 제품을 판매하기 전에 전자파가 전자기기와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에이엠솔루션즈의 3개 단말이 이음 5G 28GHz에 적합하다고 전파인증을 받았다. 이전에는 이음 5G 28GHz 단말은 없었다.

28GHz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5G 기술 확보 이후 6G 차례가 됐다. 과기정통부는 20일 ‘K-Network 2030 전략’을 발표하고 ‘세계 최고 6세대 이동통신(6G) 기술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은 5G 국제 표준특허 점유율이 26.8%로 2위다. 1위는 중국 26.8%다. 과기정통부는 6G 표준특허 점유율 30%이상 달성을 목표로 했다.

지난 2018년 28GHz가 도입됐지만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인 28GHz는 아직 마땅한 서비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6G는 28GHz 보다 5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과제다.

아직까지 업계에선 28GHz를 특화 서비스로 하는 제4이동통신사에 대해 회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규사업자 신청을 할 수 있겠지만 28GHz 망을 조금만 깔고 나머지는 통신3사 망을 빌리는 방식이 되면 현재 MVNO(알뜰폰) 사업과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28GHz가 외면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오려면 그 주파수를 활용했어야 되는 상황이 2018년이었다. 무리해 추진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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