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5G(28GHz)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 뉴시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5G(28GHz)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시장의 경쟁 촉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동통신3사 중심의 시장에 제4이동통신사가 생겨나도록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신규 사업자는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28GHz(기가헤르츠) 대역 중 하나를 할당 받는다. 그러나 업계에선 28GHz를 활용할 마땅한 서비스가 없어 관련 설비에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 “28GHz 필요한 서비스 마땅히 없다”

통신3사(KT, LG유플러스, SKT)는 지난 2018년 과기정통부로부터 5G 3.5GHz를 할당 받아 전국망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통신3사는 5G 28GHz 대역도 할당 받았다. 3.5GHz는 28GHz에 비해 전파 도달 범위가 넓고 속도는 느리다. 28GHz는 4G(LTE)보다 20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는 28GHz 대역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지난해 12월 해당 대역이 할당 취소됐다. 통신3사는 전국에 28GHz 기지국을 1만5,000개 설치하기로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과기정통부 이행점검 결과 28GHz 대역 점수는 SKT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는 27.3점으로 나타났다. 점검 당시 3사 모두 기지국을 2,000대 미만으로 설치했지만 SKT는 30점을 넘겨 할당 취소 처분은 면했다. 다만 SKT는 오는 5월 31일까지 할당 조건을 완료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T도 28GHz 대역이 할당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통신사들이 28GHz 기지국 설치를 확대하지 않는 데엔 수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B2C는 어렵다. 28GHz는 특성상 많은 수의 기지국이 필요하다. 전국망을 구축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B2B로 해도 만약 전국망을 구축했을 때 추가로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28GHz 생태계가 덜 무르익었다. 지금 유튜브는 LTE로 봐도 된다. 근데 3.5GHz 보다 빠른 28GHz 속도가 필요한 서비스는 없다”면서 “28GHz가 불필요하진 않지만 생태계 전체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28GHz를 사용할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 28GHz는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트래픽을 분산시켜 사람들이 제대로 속도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데 유용하다. 미국 슈퍼볼 경기장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격의료나 AR, VR이 고도화되면 3.5GHz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유통·금융·모빌리티 기업 통신시장 진출 기대감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제4이동통신사를 추진했지만 초기 설비 투자비용 때문에 다른 사업자들이 진입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정책금융 대책을 준비했다.

지난달 31일 과기정통부는 ‘5G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주파수 2개 중 하나는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하고 다른 하나는 경쟁을 통해 기존 사업자에게 할당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사업모델은 기본적으로 통신3사로부터 전국망인 5G 3.5GHz나 LTE 등을 제공받아 자급제·알뜰폰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추가로 신규사업자는 스포츠 경기장 등의 트래픽 분산 지역에서 할당 받은 28GHz 망을 구축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주파수 할당 단위는 지역과 전국을 신규사업자가 선택한다. 28GHz로 전국망을 구축할 사업자가 있으면 해당 사업자를 우선으로 선정한다.

신규 사업자에게는 28GHz와 함께 신호제어 및 과금 등에 이용하는 앵커주파수가 할당된다. 앵커주파수는 장비·단말 조달 측면에서 활용성이 높은 700MHz(메가헤르츠) 대역과 1.8GHz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앵커주파수가 28GHz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준비해 초기 설비투자 부담을 줄였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5G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 브리핑에서 “300개 정도의 핫스팟망을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약 3,000억원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면서 “산은과 4,000억원 정도의 정책자금을 융자나 대출 형식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양한 사업모델이 있다. 유통, 금융, 모빌리티 등 통신을 메인으로 하지 않는 사업자들이 부가서비스로 28GHz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 방식이 될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규사업자 방안은 통신3사가 28GHz 기지국 설치를 확대하는데 주저하면서 추진됐다. 그러나 국내 28GHz 생태계가 계속 활성화되지 않아 신규사업자도 28GHz 사용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는 28GHz 대역이 할당 취소되더라도 다른 통신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할당조건을 지키지 못한다면 28GHz는 못하고 MVNO는 계속 할 수 있다”고 전했다. MVNO는 통신3사로부터 전국망을 제공받아 알뜰폰 등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올해 2분기에 구체적인 주파수 할당 방안을 마련하고 4분기에 신규사업자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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