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새 혁신위원장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부여하겠다며 힘을 싣고 나섰다. 다만 당내에서는 혁신의 ‘방향성’을 둘러싼 신경전이 펼쳐지며 소란스러운 분위기다.

민주당은 전날(15일) 김 교수를 새로운 당 혁신위원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으며 자진 사퇴한 지 열흘 만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올곧은 성품’을 가진 인사로서 당의 혁신에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가 정치권과는 오랜 시간 거리를 둬온 인사라는 점도 인선의 주된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자진 사퇴 이후 당내에서는 새 혁신위원장을 둘러싼 계파 간 기싸움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지지하는 후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계파색을 덜 탈 수 있는 김 교수가 인선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권 수석대변인은 전날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거나 한 분이 아니라 참신성 이런 것들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인선되며 본격 가동하게 될 혁신위에 이 대표 역시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가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했다. 이어 “지도부는 이 혁신기구의 개혁안들을 전폭 수용해 새롭게 거듭나는 민주당,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혁신 방향 두고 엇갈린 친명과 비명

혁신위는 위원장 선임만 마쳤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주말 동안 구상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부 일정은 추후 김 위원장과 협의해서 결정되는 대로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위원 선임을 비롯해 혁신위 안건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부터 당 내에서는 혁신위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두고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친명계와 비명계는 서로 혁신에 대해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친명계는 ‘당원 민주주의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가장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부분들, 또 다른 타 정당과 고민했을 때 나오는 기득권 타파라든지 당내 민주주의 강화, 대표성 확대 이런 부분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친명계가 목소리를 높여온 ‘대의원제 폐지’ 문제 등과 결을 같이하는 셈이다.

반면 비명계는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전날(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권리당원들의 힘이 약해서, 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안 돼서 민주당이 이러고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하나”라며 “진정한 혁신은 철저히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계의 주장은) 거리를 더 넓히자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역할이 순전히 ‘도덕성 회복’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를 둘러싼 ‘방탄 정당’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팬덤 정치와 결연해야 한다는 의식도 드러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일단 1번이 기득권 방탄 정당이라고 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이걸 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의 의제도 당의 주인인 국민의 의사가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혁신위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문제는 혁신위가 무엇을 하냐를 떠나 혁신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라며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이것부터 정리를 하지 않으면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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