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인천=권신구 기자·서예진 기자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를 향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28일 “우리가 지난 대선 때 힘을 합쳐서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천 한 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기업도 망하기 전에 기업을 보면 껍데기는 화려하다”며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돈은 없는데 사장이 고급승용차를 굴리는 식으로 해서 안 망한 기업이 없지 않느냐”라며 “정부도 선거 때 표 좀 올려보려고 재정 부풀리고 국채 발행해가지고 나라 재정이 엉망이 되면 대외 신용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선심성 예산’을 썼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가의 정치적 지향점, 지향해야 할 가치는 또 어떤가.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이라며 “어느 방향으로 우리가 갈 것인지를 우리가 명확하게 방향 설정을 하고, 우리 현재 좌표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우리가 제대로 갈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당정이 가야할 방향, 정부 이념 지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우리가 개인주의, 개인의 자유와 권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우리 글로벌 중추 국가, 또 우리가 지금 만들어야 될 다양한 법제와 방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과 국민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결국 우리의 민생과 경제를 살찌우는 것은 우리가 참여해야 될 시장을 키우는 것이고, 또 넓은 시장에 우리가 뛰어들어가서 차지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다 함께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제도와 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거기하고 부합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과감하게 폐기하고, 또 그것을 국민들에게 자신있게 설득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을 직접적으로 맹비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류 개시 이후 윤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협치, 협치 하는데, 새가 날아가는 방향이 딱 정해져 있어야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가 힘을 합쳐 가지고,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이렇게 힘을 합쳐 갖고 성장과 분배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것은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는데 뒤로 가겠다고 그러면 그거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야당과 협치를 할 수 없는 환경임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좌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니 힘을 합칠 수 없다는 의미로 보이며,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날아가는 방향’이 전혀 다른 날개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당정 간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찬회에 국무위원들도 다 자리하고, 대통령실의 수석 이상들도 다 참석해서 사실 여러분과 하룻밤 같이 잠도 자고 밤늦게까지 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좋은데, 국민들 다 보시는데 소주 한 잔 하기도 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하에 그러기도 어렵고”라고 말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를 1년에 한 번만 할 게 아니라 매달 해가지고 여러분들의 격려를 받아야 제가 좀 힘을 받아서 일을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같이 하는 시간을 좀 귀중하게 효과적으로 잘 활용해서 우리 당정, 내각이 함께 가야 될 노선과 방향을 잘 잡아가지고 우리가 올해 정기국회도 잘 치러내자”며 “결국 국민들도 다 보고 계시지 않겠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끝으로 “우리 국민의힘 파이팅”을 외친 뒤 “같이 갑시다”를 선창했다. 의원들은 후창한 뒤 박수를 쳤다.

한편 윤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정말 국정에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특별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저희들을 격려해 주시기 위해 와 계신다”며 좌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윤 원내대표는 “참으로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도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시면서 내치와 외치에 모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계신다”며 “대통령님 홀로 고군분투하셔서 여기까지 오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제대로 뒷받침해 드리지 못했다는 자성과 송구스러운 마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는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모두 함께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국정의 파트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확실한 원팀으로 대통령님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 드려야 하겠다”며 “혹시 우리 당에서 국민의 입장을 대변한다면서 정부와 대통령실을 더 존중하고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의원님 여러분, 우리 윤석열 대통령님 잘하시죠?”라며 운을 뗐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이렇게 떵떵거리는 시대 여러분 겪어봤느냐.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정권 시절에 한반도 운전자론 뭐 이렇게 하더니, 운전자는 커녕 탑승해 보려다가 불청객 신세, 여러분 정말 자존심 상했던 기억 나지 않느냐”며 “이제 한반도 운전자가 아니라 글로벌 운전자로서 전 세계 글로벌 중추 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대한민국, 누가 만들어 가고 있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매년 연찬회 때마다 격려해 주시는 그 마음을 우리가 잘 새기고 받들면서 우리의 기류도 다지고, 윤석열정부가 대한민국을 테이크오프, 새로운 업그레이드를 완성시킬 수 있도록 내년 총선 우리 모두 단합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도시락에 민어회, 문어회 등을 함께 먹었고, ‘비(非) 알콜’ 기조에 따라 오미자주스로 건배를 했다. 식사 후 윤 대통령과 김 대표, 윤 원내대표의 마무리 발언이 있었고, 윤 대통령은 당 의원들과 1대 1로 사진을 찍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