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치권이 최근 ‘이념 전쟁’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념’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이념 전쟁’의 맨 앞자리에 서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도층을 포섭하기보다는 선명한 이념 노선을 강조하고, 협치보다는 강경한 투쟁을 언급하는 모양새다. 

◇ ‘이념’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

‘이념 전쟁’의 서막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민주주의 운동가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말했다. 25일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에서는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언급하며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런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또 지난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서는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됐고, ‘우리 당은 이념보다는 실용’이라고 하는데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 실용이 없다”며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철학이 바로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권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려 하는 날개’로 비유하는 등 직접적으로 맹비난했다. 

수위 높은 발언 때문에 정치권에서 우려가 쏟아졌지만, 윤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9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간부위원들과의 만남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 현실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조작, 선전·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고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놓고도 ‘이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홍 장군의 항일 투쟁, 독립운동가로서의 평가는 당연시된다”면서도 “하지만 북한 대적관을 갖고 생도를 키워내야 하는 육사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맞는가. 소련 공산당원 등록 경력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념에 기반한 실용 강조

윤 대통령이 최근 이념을 강조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국정 기조가 옳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걸로 보인다. 가치 외교를 통해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고 안보의 안정을 꾀했으니, 내치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여당 의원들에게도 ‘이념에 기반한 실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똑같은 DNA를 가진 민족이 있다. 한쪽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며 문화 강국으로 부상했고, 다른 한쪽은 세계 최악의 경제 파탄국,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이 됐다”며 “한쪽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통해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했고, 또 한쪽은 세습 독재, 통제 경제를 통해서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념을 얘기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 지지층을 ‘이념’이라는 고리로 강하게 묶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모양새다. 또 중도층에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라는 적을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이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념 전쟁’이 과하면 역풍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의원연찬회를 마친 뒤 “중도층은 민생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정부가 최근 이념 공세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중도층의 민심이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지도부와 정부는 주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협의해서 이슈를 관리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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