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당내에선 혁신위의 배후설까지 등장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혁신위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새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당내에선 혁신위의 배후설까지 등장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혁신위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새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중진 희생’ 혁신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 온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전날(4일)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혁신안 보고’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인데 더해 급기야는 당 혁신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새어 나왔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당의 ‘쇄신 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지도부-혁신위 갈등 고조

5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 혁신위에 대한 쓴소리가 새어 나왔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혁신위가) 과속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가장 중요하고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공천 관련된 희생 부분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며 “그러다 보니 너무 오랫동안 그 이슈에 매몰되면서 혁신위가 갖고 있던 본래의 역할이 많이 퇴색됐다”고 말했다.

친윤·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와 관련해 신경전을 펼쳐오던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갈등은 지난 4일을 기점으로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혁신위가 중진 희생 안건을 당 최고위원회에 정식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당 지도부는 혁신위가 해당 안건에 대한 ‘보고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각 혁신위는 입장문 내고 “안건 상정 요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보고 요청을 했지만, 당으로부터 혁신위 안건을 일괄 보고하라는 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의사소통의 차이’였다는 의견과는 달리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날 국민의힘 내에서는 혁신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새어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부 다른 세력으로부터 혁신위가 일종의 무슨 음습한 권력 싸움 내지는 권력 투쟁 이런 도구나 수단으로 본인들이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기대했던 역할과는 엇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혁신위는 일단 오는 7일 당 최고위원회에 ‘중진 희생’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다시 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기현 대표와 당 지도부가 그간 거취 문제는 최고위 의결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온 만큼,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더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혁신위가 ‘조기 해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혁신위의 성공이 ‘윤심(尹心)’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힘겨루기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한 길로 가고 그것이 혁신위를 출발한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라며 “대통령께서도 그것을 바라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의중이 혁신위의 성공에 가까울 것이란 평가인 셈이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당내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강조해 온 당의 전면적 쇄신 의지 자체를 흐리고 있다는 이유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지금 국민들이 볼 때 ‘이게 도대체 총선 승리를 위한 정당인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승리에 대해 정말 절박감이 있는가’ 이렇게 묻지 않을까”라며 “그거에 대해 우리가 답을 제대로 못 드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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