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 승리가 절실한 만큼, 본인이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출마 선언은 당의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당 소속 최재형 의원의 지역구로써 당내 경쟁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당의 ‘험지 출마론’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 험지 출마에 대해 당내서 비판

하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서울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서울 마포구을, 관악구을 출마설이 새어 나왔으나 결국 그의 목적지는 ‘종로’였다. 하 의원은 “수도권 총선 승리의 제1조건은 바로 종로 사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로에서 패배하면서 우리 당의 수도권 의석이 줄기 시작했다”며 “이것이 종로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출마 선언이 오롯이 자신의 ‘소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기반’을 벗어나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국민의힘은 영남 지지에만 머물지 말고 수도권으로 그 기반을 넓혀야 한다”며 “민주당 역시 지지세가 약한 부산·경남에서 도전을 거듭한 끝에 성과를 만들어 냈다. 국민의힘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수도권 승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그 진정성이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가닿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종로는 ‘정치1번지’라고 불릴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이러한 ‘상징성’은 곧 해당 지역에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19·20·21대 총선에서 내리 이 지역을 민주당에게 내줬던 국민의힘은 지난 3·9 재보궐 선거에서 최 의원이 당선되며 탈환에 성공했다. 최근 당내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이 지역의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이렇다 보니 하 의원의 출마로 당내 경쟁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종로 지역구는 알다시피 우리 당 현역 최 의원님이 계신 곳”이라며 “그래서 직접 찾아 뵙고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의 제 고민을 설명드리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의원님은 제가 정말 조심스럽게 종로에 도전한다는 말을 들으시고 ‘자신이 어떻게 막겠냐’, ‘양해하겠다’ 답변을 했다”며 “저 개인적으로는 선의의 경쟁을 갖자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하 의원의 설명과는 달리 최 의원은 지역구 사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역시 종로구는 ‘정치1번지’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것이 종로구이고 종로구민의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로구를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해온 만큼 내년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도 했다. 

이번 하 의원의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당 혁신위가 줄곧 주장해 온 ‘험지 출마론’에도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 23일 ‘일주일간 논의’를 전제로 향후 당 지도부에 친윤·중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공식 안건으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동일 지역구에서 3선을 한 하 의원의 출마 선언이 사실상 이 흐름에 응답하는 모양새라는 점은 혁신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대두된다. 종로가 전형적인 ‘험지’라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서 “명분적인 측면에서 하태경 의원이 처음 부산이 아닌 수도권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와 좀 결이 다르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종로는 아직도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곳인데 주사파 출신이 갈 곳은 아니다”라며 “출마는 자유지만 착각이 도를 넘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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