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내정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조국사태는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처음엔 야당의 정치공세려니 했던 민주당 지지자들도 갈수록 드러나는 의혹의 실체에 주목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게 나라냐’는 3년 전의 구호가 다시 살아나며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개혁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그였기에 충격은 실로 컸다. ‘NO 아베’를 외치던 시민들은 이제 ‘NO 조국’이라 쓴 현수막을 걸고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현수막은 조국을 이렇게 조롱하고 있다. “
지난달 속초항으로 몰래 들어온 북한 목선 한 척이 군과 정치권에 예상 밖의 파문을 불러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경계실패와 허위보고 등 군의 기강해이를 지적했고, 국방부 장관은 전례 없이 몇 번이나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를 해야 했다.4일 발생한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 허위 자수 사건의 경우, 진실을 축소·은폐하려다 사건 전모가 드러남으로써 군에 대한 불신 사태로까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거짓말로 사태를 잠재우려다 역효과를 내는 화(禍)를 자초하고 말았다. 군의 오랜 거짓말 관행이 빚은 참사라고 봐야 할 것이
지난 15일 동해안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목선은 간첩선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초라했다. 길이 10m, 폭 2.5m, 무게 1.8톤에 28마력의 엔진이 장착된 나무 배였다. 그 일엽편주(一葉片舟)를 타고 4명의 북한 주민이 귀순을 해왔고, 이 중 2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한 파장은 열흘이 지나도록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유력 일간지는 24일 정부와 군 당국이 북한 목선의 귀순사실을 파악한 초기단계부터 조직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소형 목선이 속초항에 들어
요즘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을 보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도 이젠 옛말이 된 것 같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독재자의 후예’ 공방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자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진짜 독재자의 후예 김정은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대변인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어디서도 황교안 대표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은 찾
최근 국내 유력 일간지에서 통일에 관한 장문의 글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글쓴이가 과거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전문가라서 더욱 그랬다. 2.27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실 없이 무산된 데 따라 보수적인 시각이 이렇게 표출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통일 배제한 한반도 평화는 궤변이고 반역이다’라는 큼지막한 헤드라인처럼 그의 글은 기본 전제가 잘못된 가운데 논리적인 비약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2019.3.22, 중앙일보, ‘김천식의 한반도평화워치’)글쓴이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이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마치
5월이 석 달이나 남아있는 2월 초순에 난데없는 5.18의 분노와 화염을 불러온 것은 오롯이 자유한국당 때문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자리를 노리고 5.18 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등은 극우인사 지만원 씨를 초청, 그들이 듣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쏟아 내도록 자리를 내주었다. 지만원 씨는 자신의 특기인 ‘5.18북한군개입설’을 또다시 되풀이 했다. 80년 5월 광주에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이 내려와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60만 정규군과 3만여 주한미군은 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해를 넘기고도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한국 같은 동맹국들에게 ‘안보무임승차론’을 들며 턱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지난해 3월부터 2017년 기준치의 두 배 정도를 제시하다가 나중에 조금 양보해 준 것처럼 12억달러 선을 마지노선인양 제시했다. 12억달러면 우리 돈으로 1조3,554억원 정도의 엄청난 규모다. 이는 우리가 부담해 왔던 9,602억원(8억3,000만 달러, 2017년 기준) 보다 3,400억원이 인상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사찰 혐의로 수사를 받아오던 이재수(60) 전 기무사령관의 투신 자살 사건을 놓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현 정부가 그를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며 검찰에 비난의 화살을 쏴 대고 있는 가운데, 16일에는 ‘이재수의 미공개 수첩’이라는 출처불명의 글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을 주어로 작성된 이 글에는 자신에게 수갑을 채운 천 모 검사가 ‘상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적혀 있다. 또 수사를 받는 동안 그 검사는 자신에게 ‘김관진 장관의 지시’라고
지난 11월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을 계기로 해마다 600명 안팎의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무조건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사태는 더 이상 없어졌다. 이와 함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안을 2019년까지 내 놓아야 한다.공은 자연스레 군 당국으로 넘어갔고 머지않아 그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갈 것이다. 어떤 방식이 됐든 결국은 의회가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확실한 법률로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오랜 논란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그런데 대체복무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는 말로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말에는 상생(相生)의 언어도 있고 살생(殺生)의 언어도 있다. 상생·협력하는 말은 평화와 공존을 가져오지만 살생·대립하는 말은 분열과 갈등, 공멸을 불러 온다.불행하게도 우리나라 현대 정치에서 말은 전자 보다는 후자 쪽에 더 기울어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말들 중에는 수명이 오래 유지되는 것도 있고, 반짝하다가 소멸되는 말도 있다. 대표적으로 ▲빨갱이 ▲퍼주기 ▲종북 또는 좌파 ▲좌빨(좌익+빨갱이) ▲말 바꾸기 ▲대통령 병 같은 말들을 꼽을 수 있는데, 다분히 한국적
9월 18일부터 평양에서 2박3일간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파격(破格)과 신기록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순안비행장에 도착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비행기 트랩 바로 밑에까지 나와 영접하는 순간부터 전개된 의전상의 파격은 물론 남북 두 정상이 백두산 천지까지 올라가 결의를 다짐하는 모습은 그 어떤 정상회담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역사상 최초의 이벤트였다. 2박3일 동안 두 정상의 행적을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지만 그 중에서도 압권(壓卷)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5.1 체조경기장 연설
[시사위크] 하지 말아야 될 일이나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공연히 한 다음 두고두고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있다.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에 ‘주적’(主敵)이란 문구를 넣느냐 마느냐 하며 번번이 논쟁을 벌이는 것도 그 중 하나다.국방부는 지난 봄 남북정상이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의 정신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국방백서에 있는 ‘주적’ 문구를 삭제하거나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발행하는 공식 간행물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채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적대행위 중지’ 등을 협의해 나간다는 것
올해로 38년째를 맞은 광주는 여전히 왜곡과 폄훼, 그리고 심지어 조롱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게 불행한 현실이다. 뉴스타운·뉴데일리·프리덤뉴스 같은 극우 매체들이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북한군 개입설’ 같은 황당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버젓이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4·19와 부마항쟁 등에 비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유독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분단이후 세 번째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와 염원은 작지 않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과거 1, 2차 때 보다 차분하고 절제된 편이다. 통일에 대한 환상도 눈에 띠게 줄어들었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전망도 훨씬 신중해 졌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4·27에 거는 일반 국민들의 기대는 그래서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어느 것 하나 허황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과연
피의자 신분의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검찰이 요구한 시간에 정확히 출두했다. 3월 14일 오전 9시 25분, 논현동 자택을 출발한지 10분 만에 서초동 중앙지검에 도착, 포토라인에 섰다. 양복 상의 안쪽 호주머니에서 백지 한 장을 꺼내 곧바로 읽어 내려갔다. 조사에 앞 선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 것이었다.모두 여섯 문장, 223자(字)의 이 짧은 글을 낭독하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혹시나 알맹이 있는 메시지라도?’ 하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런 순간이었다. 한 여기자가 MB의 혐의사실에 관해 물었으나 질문과 상관
지난 9일 국방부 장관과 차관이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국방부 수뇌부의 이런 행위는 사건발생 38년 만의 처음이고, 그 자체로서 놀라운 일이었다. 그날의 대국민 사과는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건리)’가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표한 지 이틀 후에 이뤄진 것이었다.송영무 장관은 이날 “국방부 장관으로서 우리 군이 38년 전 5.18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역사에 큰 아픔을 남긴 데 대해 국민과 광주 시민들께 충심으로 위로와 사과를 드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7도를 기록한 지난 26일,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마침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예정된 수순이긴 하지만 MB에게는 금명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고, 어쩌면 평창올림픽 개막식(2월 9일) 이전에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이날을 고비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MB의 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26일 새벽까지 서초동 법원 앞 영포빌딩에 있는 MB소유의 청계재단을 압수수색했고,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도 오전 10시경 병원입
2017년 12월 현재 국회의원에게는 매월 ▲보수 1,149만6,820원 ▲자동차 기름 값 110만원 ▲차량유지비 35만8,000원 등이 지급된다. 연봉으로 치면 수당과 상여금 1억3,796만원, 의정활동 지원비 9,251만원 등 2억3,048만원을 받는다. 또 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 ▲계약직 인턴 2명 등 총 9명을 둘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들의 보수를 2.6% 올리면서 의원실의 인턴 2명 대신 8급 비서 1명을 채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보좌인력 9명에 지급되는
온 몸에 다섯 군데나 총을 맞고 귀순한 북한병사 오청성(24)을 살려낸 이국종 교수(아주대 병원 중증외상 센터장)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이국종 교수는 처음 귀순병의 상태를 보고 과연 살려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두 차례의 큰 수술 끝에 마침내 한 생명을 구해냈다. 그는 지금 사선을 넘어 온지 2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절차에 들어갔다.이국종 교수가 입원 일주일 여 만에 의식을 회복한 병사에게 “당신의 몸속엔 대한민국 국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하자 오청성은 ‘한국인들에게 고맙다’며 사의(謝意)를 표하기
‘5.18 당시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윈회’(약칭 ‘5.18 특조위’)가 공식 출범하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왔던 관련 당사자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추석인 지난 4일 SBS는 5.18 당시 광주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 사격을 한 헬기 조종사 2명의 개인 비행기록 카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코브라 공격용 헬기와 500MD 조종사들로, 1980년 5월 20일과 22일부터 광주에서 각각 전투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군 헬기 조종사들은 비행이 끝나면 각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