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강원도 시골길을 걷다가 배추밭에서 심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부부를 만났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에 싹을 틔운 배추 잎에 여기저기 구멍이 많이 났다고, 식구들이 먹을 거라 농약을 하고 싶지 않는데 벌레가 생긴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심각하게 대답하더군. 은퇴 후에 시골에 내려와 그냥 있기 적적해서 채소라도 직접 길러 먹고 싶어 시작했는데 농사에는 초보라 쉽지 않다고 푸념하는 노부부에게 나희덕 시인의 시 을 들려주었네.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
뉴욕의 빵장수이며 철학자인 노아 벤샤는 ‘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에서 자신이 만든 야곱이라는 독특한 인물의 입을 빌려 “바라는 것을 줄이면 이미 부자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는 것보다, 그것들이 사실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더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네. 옳은 말 아닌가? 바라는 것, 즉 욕심을 줄이지 않고는 누구도 부자가 될 수 없네. 주위에 보면 객관적인 기준에서는 충분히 부자인데도 입만 열면 ‘돈 돈 돈’ 하는 비렁뱅이들이 많아. 그런 사람들은 평생 발버둥 쳐도 부자가 될 수
몇 달 전까지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을 했던 사람들이 임기도 끝나기 전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도 꽤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을 보면서 알묘조장(揠苗助長)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고도 하고 그냥 조장이라고 하는데, 급하게 일을 서두르면 오히려 일을 망친다는 뜻일세.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편에 있는 맹자와 제자 공손추의 대화에서 유래했지.맹자는 공손추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기 위해서는 의로운 일을 많이 해야 하지만 억지로 조장(助長)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네. 그러면서 송나라 농
사진 공부 시작한지 벌써 7년이 넘었네. 요즘도 한 달에 한번 사진작가인 선생님 만나 사진 리뷰를 받고 있지. 친구들에게 아직도 사진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면, 휴대폰으로도 쉽게 찍을 수 있는 세상인데 뭐 그렇게 공부할 게 많냐고 놀리네. 그러면 웃고 마네만 고희에 가까운 노인에게 사진공부가 쉬운 것은 아니야. 내가 선택한 주제랑 관련된 사진을 찍어 가면 사진 한 장 한 장 유심히 보면서 선생님이 꼭 묻지? “왜 이걸 찍었죠?” 사진들을 통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뭐냐는 질문이야.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내 자신에게 계속 묻게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합니다.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자유’를 빼내려 합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입니다.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입니까.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를 하면서 읽은 의 한
‘21대 총선이 있었던 2020년 우리 국민들의 평균 연령이 42.8살인 반면,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은 54.9살이었다. 전체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2030 세대는 13명으로 4.3%였고, 50대 이상은 249명으로 83%였다. 전체 유권자 중 30대 이하는 33.8%였고, 50대 이상은 47.0%였다. 특히 50대 당선자는 177명으로 59%를 차지했으나 유권자 비율은 19.7%였다. 2018년 국제의원연맹(IPU) 보고서에 의하면, 40세 미만 국회의원의 대륙별 비율은 유럽 23.5%, 미주 19.2%,
보름 전에 먼저 세상 떠난 친구 묘소에 다녀왔네. 고등학교 때 만나 아주 가깝게 지내다가 서른 살이 넘어 여기서는 말하기 어려운 일로 멀어져버린 친구지. 강원도 깊은 산속 공원묘지에 있는 그의 무덤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니 철없던 시절 그와 함께 도모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군.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하는 영원한 친구로 살아갈 것 같았던 우리들 관계가 왜 그렇게 어긋나고 망가졌을까? 그의 무덤에 소주 한 잔 따르면서 크게 후회했네. 그가 살았을 때 만나 소주잔 주고받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떠나보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4일 0시 현재 1차 누적 접종자는 379만 2,906명으로 전 국민의 약 7.4%이고,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174만 6,336면으로 전 국민의 약 3.4%일세. 현재까지 받아야 하는 접종 대상자 639만 5,911명 중 59.3%가 1차 접종을, 27.3%는 2차 접종을 끝냈다네. 달리 말하면, 40.7% 즉 대상자 10명 중 4명은 아직 1차 접종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27일부터 시작하는 고령층 접종 예약률도 아직 높지 않아. 70~74살은 64%, 65~69살은 57%, 60
“산을 산이라고 하고 물을 물이라고 합니다./ 몸을 옷으로 감추지도 드러내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물음표도 많고 느낌표도 많습니다./ 사금파리 하나도 업신여기지 않고 흙과도 즐거이 맨손으로 만납니다./ 높은 하늘의 별을 우러르기도 하지만 청마루 밑 같은 데에도 곧잘 시선이 머뭅니다./ 마른 풀잎 하나가 기우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옹달샘에 번지는 메아리결 한 금도 헛보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그 기대로 가슴이 늘 두근거립니다.”정채봉 시인의 라는 시의 일부일세. 시인이
임종을 앞둔 늙은 스승이 마지막 가르침을 주기 위해 제자를 불렀다. 스승은 자신의 입을 벌려 제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내 입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 "혀가 보입니다." "이는 보이지 않느냐?" "스승님의 치아는 다 빠지고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는 다 빠지고 없는데 혀는 남아 있는 이유를 알겠느냐?"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빠져버리고 혀는 부드러움 덕분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 이것이 세상 사는 지혜의 전부이니라. 이제는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최악’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참패로 끝났네. 서울시의 전체 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 25개 자치구 중 24개 구청장을 가지고 있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4번 연속 승리했던 정당이 18.32%라는 큰 득표율 차이로 졌으니 참패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작년 4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국회 의석 절반을 훌쩍 넘는 174석을 얻었던 정당이 왜 불과 1년 만에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을 받게 되었을까?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했
“꽃 핀 이팝나무 그늘 아래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여 시를 읽었다. 꽃향기를 깊게 호흡하며 선생이 물었다. ‘생을 밀고 가는 힘은 무엇인가.’ 스무 살, 혹은 그 언저리인 학생들은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했다. 첫 번째 학생이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학생의 답변을 듣고 선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두 번째 학생은 눈이 맑은 여학생이었다. 그 답은 첫 번째 학생과 같은 것이었다. 선생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세 번째 학생의 답 또한 같은 것이었다… 그날 오후 내내 선생은 술을 마셨다. 스무 살, 빛나는 청춘들이 이구동성으로 답변한
며칠 전에 동네 야산에 올라갔다가 벌써 진달래꽃이 보여서 깜짝 놀랐네. 한반도 기후변화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3월 초순에 서울 야산에 진달래꽃이라니…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일찍 찾아온 진달래꽃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는 했지만 마음은 착잡했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를 인류가 어떻게 잘 극복해낼 수 있을지 늘 걱정하고 있거든.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진달래꽃에 관한 이야기나 하세.학창 시절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삼월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오랫동안 기다렸거든요./ 모자를 벗으시지요 - / 아마도 걸어오셨나 봐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동안 삼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 삼월님, 우리 2층으로 가요./ 밀린 애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의 시 일세. 왜 3월이 그렇게 특별한 달이냐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시작이기 때문이야. 왜 1월 1
지난 1월 6일 미국 연방 의사당에 난입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있네. 많은 난입자들 중 매우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어서 유명해진 사람이 제이콥 챈슬리(Jacob Chansley)야. 온 얼굴에 붉은색, 흰색, 푸른색으로 페인트 칠을 하고, 뿔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성조기가 달린 긴 창을 들고 있는 챈슬리는 애리조나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열렬한 큐어넌(QAnon) 추종자일세.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큐어넌 무당(QAnon shaman)으로 통한다네. 큐어넌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고, 지금 무슨 일이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의하면 작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모두 5,182만9,023명으로 1년 전보다 2만838명이 감소했네. 작년에 태어난 사람이 27만5,815명이고 죽은 사람이 30만7,764명이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는 거야. 인구를 현상유지하기 위해서는 임신 가능한 여성이 평생 2.1명을 낳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이미 2018년 1명 미만으로 내려갔고, 작년 2분기와 3분기에는 0.84명에 그쳤으니 전체 인
신축년 새해일세. 올해는 소의 해, 그것도 흰 소의 해라고 하는군. 어렸을 때 우리 집 외양간에 항상 소가 있었고, 여름이면 소를 몰고 제방에 나가 풀을 뜯기다가 강물에 목욕을 시켜 돌아오곤 했던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소를 보면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네.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거나 깊은 산중 비탈밭에서 쟁기를 끌고 있는 소를 보면 예전에 함께 살았던 소 생각에 그냥 지나치지 못해. 아무리 바빠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바라보다가 발을 떼지.오늘은 소띠 해를 맞아 소가 등장하는 시들을 몇 개 골랐네. 지금은 보기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는군. 아시타비는 ‘나(我)는 옳고(是) 다른 사람(他)은 그르다(非)’라는 뜻이야. 이 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한자로 표현한 것으로, 이번에 태어난 신조어라네. 동양의 고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사자성어라는 뜻이야.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게 이번이 처음이라나.이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906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중 588명(32.4%·복수응답)이 ‘아시타비’를 선택했다는군. 두 번째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사자성어를 알지? 운이 칠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할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일은 재주나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일세.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고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골할 수 없다는 뜻이야. 너무 운명론적이라고? 이 사자성어가 나오는 중국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이 쓴 ‘요재지이(僥齋志異)’라는 책에서 옥황상제는 매우 열심히 공부했지만 매번 과거에 낙방한 게 억울해서 그에게 따지러 온 나이든 선비에게 다음과 같이 꾸짖지. "세상은 정의대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고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야. 머지않아 백신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적어도 1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네. 그래서 오늘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게 미덕이 되어버린 비대면(untact) 시대에 ‘코로나 블루’없이 비교적 ‘적정한 행복감’을 갖고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 소개하고 싶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인류는 기후위기 때문에 더 이상 무한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 수는 없어. 그래서 누구나 소욕지족하면서도 혼자 행복하게 놀 수 있는 방법을 하나쯤 갖고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