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해 눈을 감은 채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해 눈을 감은 채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른바 ‘비례한국당’ 창당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기 때문이다. 비례한국당 창당을 두고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자신들이 반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당초 원내수석부 등 전략단위에서 논의됐던 ‘비례한국당’ 창당안은 황교안 대표가 공식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황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이번 꼼수 선거법에 반대한다”면서도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이대로 통과되면 비례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 ‘비례한국당’에 허 찔린 민주당

민주당을 포함해 다른 주요 정당들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비례한국당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 의석은 의석대로 챙기고,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도 고스란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연동형’ 원칙에 따라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을 웃돌 경우 연동형 비례의석을 얻을 수 없어 손해가 불가피하다.

일례로 민주당이 지역구 100석에 정당득표율 30%를 얻었다면,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총 30석)에서는 가져오지 못하며 기존 병립형 몫인 17석 가운데 30%인 5~6석을 획득하는데 그친다. 반대로 한국당이 지역구 100석을 얻고 비례한국당이 정당득표율 30%를 얻는다면, 연동형 비례대표 20석 안팎과 병립형 비례대표 5~6석을 더해 125석 가까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득표율을 얻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만으로 더 많은 의석을 얻는 셈이다.

물론 민주당도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방안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스스로 도입한 연동형 제도의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추진 명분이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추진 당시 한국당이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전략들을 검토했는데, 위성정당 창당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나아가 한국당은 비례한국당과 기호를 맞추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비례한국당으로 현역의원 30명 이상을 옮겨 원내 3당을 만든 뒤 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비례한국당이 정당투표에서 기호 2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당투표에서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으로 표가 갈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당 쪼개기에 리더십 손상 우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과 발언대를 포위하고 선거법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과 발언대를 포위하고 선거법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뉴시스

이론적으로는 선거법 개정안의 맹점을 파고든 묘수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적지 않다. 먼저 당적을 변경할 현역의원을 고르는 일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을 우선 이동시키고 상징적인 측면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를 보내는 방안이 언급됐지만, 당적변경에 부담감을 토로하는 현역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의 지도부가 위성정당을 위해 정당투표 선거를 할 수 있느냐는 법률적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비례한국당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가 솔선수범할 경우, 현역의원 당적변경이 수월해지고 전국단위 선거에서 ‘비례한국당’의 이름값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당 안팎에서 험지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황 대표가 큰 논란 없이 비례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황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례한국당’으로 떠날 경우, 한국당은 리더십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구 공천이 시작되면 당내 파열음은 불가피하다. 이미 다선중진 험지출마론 혹은 TK·PK 물갈이설로 한 차례 홍역이 있었고 조직적인 ‘반황교안’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비대위를 세우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이 갈등이 있었던 사례를 봤을 때 황 대표 입장에서 안심할 순 없다. 지역구와 비례 출마라는 선택지를 놓고 황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일단 황 대표는 “당이 원한다면 개인의 입장을 따지지 않고 무엇이든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다시 보수통합 카드를 꺼낸 것도 비례한국당 창당 및 향후 진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보수통합 논의가 시작되면 대표의 거취도 자연스럽게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보수통합이 이뤄져야 흔들림 없이 비례한국당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배현진 위원장을 통해 발표한 병상메시지에서 황 대표는 “좌파들이 어떤 해괴망측한 안을 들고 오더라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서 “오늘만은 분열된 우리가 하나 되는 걸 허락해 달라. 황교안과 함께 한국당과 함께 자유우파의 방어막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