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세계 국가 절반 한국발 승객 입국제한
국제선 운항률 지난 1월 대비 30% 수준까지 감소

정부가 코로나18 사태 속에서 인천공항 임대료 지원 대상을 중소 업체로 한정하면서 중견 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국인 출입 금지가 이뤄진 9일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 뉴시스
항공업계는 올해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불황에 대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국인 출입 금지가 이뤄진 지난 9일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업계가 여태 겪어보지 못한 역대급 불황으로 고사 직전에 놓였다. 국내 항공사들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에 대해 과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하고 있다.

11일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발(發) 승객에 대해 입국제한 및 조치를 취하고 있는 나라는 114개국에 달한다. 이 중 한국 전역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나라는 43개국이며, 최근 14일 이내 대구·경북이나 부산·경남 등 영남권 등 일부 지역 방문 이력이 있는 이들에 대해 입국금지를 명한 나라는 6개국이다.

또한 한국발 여객에 대해 14일간 시설격리 조치를 취하는 나라 및 지역은 17곳이며,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조치를 행하는 나라는 48개에 달한다. 사실상 한국인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발 여객 및 한국인 입국거부 조치에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과 현재 우리나라와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도 합세했다.

전 세계 국가는 비독립국을 포함해 239개국이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114개국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는 국제선 운항을 대거 감편했다.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더라도 격리조치를 당해 사실상 해외 여행이 불가능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사는 기존에 취항해 운항하던 국제선 노선 전체에 대해 비운항 결정을 했다. 그 외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최소한의 국제선만 운항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9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전 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가 한국발 승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며 “회사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IMF 외환위기 때도 공급을 약 18% 정도만 감축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현재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124개 노선을 정상적으로 운항했으나, 현재는 약 108개 국제선 노선에 대해 감편 또는 비운항 조치를 내렸다. 현재 운항 중인 국제선도 매일 한국발 승객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하루하루 늘어나면서 항공편을 취소 또는 감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현재 운항 중인 일본 노선은 ‘인천∼나리타∼호놀룰루’ 노선 단 1개이며, 나머지 오사카, 삿포로 등 일본 전 노선은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정에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 145대 중 100여대 정도를 운항하지 못하고 주기한 채 관리만 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맞대응 조치로 지난 9일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비자) 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이 정지됐다.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활주로 계류장. 항공기가 운항을 하지 못한 채 줄지어 서 있다. / 뉴시스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맞대응 조치로 지난 9일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비자) 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이 정지됐다.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활주로 계류장. 항공기가 운항을 하지 못한 채 줄지어 서 있다. / 뉴시스

아시아나항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90년 일본에 첫 취항한 이후 30년 만에 일본행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 노선 9개와 시드니·사이판·울란바토르 노선도 3월말 또는 4월 25일까지 운항 중단 상태다. 이 외 유럽과 미주 노선도 차례로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기 전인 지난 1월 기준 국제선 운항 노선은 75개였다. 그러나 현재 운항 중인 국제선은 26개 노선이며,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항공편이 이번주까지만 주 3회 운항돼 다음주에는 24개 노선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최악의 경제 상황을 겪은 후인 2000년 3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한 국제선 노선 34개보다 적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운항 노선을 60여개 수준으로 유지했다.

항공업계는 상황이 현재만큼 악화된 것이 단순히 코로나19 영향만은 아니라고 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업황 악화의 원인이 코로나19인 것은 사실이나 정부의 조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일본과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으면서 불똥이 항공업계로 튀어 일본 노선을 대거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우리 정부는 유독 일본에만 강경 대응을 해 그나마 운항하던 일본 노선을 대거 비운항 조치를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버티기 위해 각 항공사 별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옮기고는 있지만, 보면 알다시피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며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면 해결이 안 되는 지경인데 언제쯤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지난 9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현재 상황이 더 장기화 될 경우 회사의 존재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내몰릴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0시부터 한국인에 대한 비자면제 정지 등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하려면 별도의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비자 발급이 힘들 것으로 보이며, 비자를 발급받았다 할지라도 입국 시 지정장소에서 14일간 격리되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다.

이에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인에 대한 비자 효력 정지와 함께 일본발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별입국절차에 따라 전용 입국장을 통한 발열 검사, 건강상태질문서 제출, 국내에서 연락가능한 전화번호 및 주소 확인 등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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