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지난해 국내 IT 업계 최고의 이슈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연봉 인상 소식이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 인상과 보상 체계를 구축한 엔씨의 행보에 오히려 타격을 받은 곳은 네이버였다. 경영진이 지난해 성과에 대한 보상에 대해 해명에 나섰지만 수습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사내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성과급 불만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메일을 통해 “사업 방향에 대해 수없이 고민해야 하는 리더들의 힘듦도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사업과 보상은 20년 일해 오면서 늘 가장 고민해 온, 고민할 수밖에 없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본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방향을 잘 잡고 사업이 잘 돼야 결국 좋은 보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솔직히 나도 회사를 떠나기 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처럼) ‘해진이 형이 쏜다’ 이런 거 한 번 해서 여러분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긴 하다”고 했다.
또한 “지급 업계 보상 경쟁은 IT 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그러나 각 회사마다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도 우려했다.
GIO의 이러한 속내에 업계에서는 최근 엔씨 등 국내 IT 기업들이 지난해 성과에 따른 높은 보상을 지급하면서 네이버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놓고 네이버 경영진은 지난달 25일 ‘컴패니언 데이’를 개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이 GIO는 이 자리에서 ‘전직원 스톡옵션 제도’를 강조, 총 보상 차원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엔씨가 지난해 성과에 따라 정규 연봉을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개발직군은 1,300만 이상, 비개발직원은 1,000만원 이상을 책정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넥슨과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등이 800만원, 크래프톤과 웹젠 등이 2,000만원이라는 보상 지급 계획을 밝혔다. 특히 경쟁사인 카카오는 연매출 4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전직원에게 시세 500만원에 달하는 자사주 10주씩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넥슨의 연매출은 3조원, 엔씨와 넷마블의 연매출은 2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네이버는 이들보다 두 배 넘는 수준의 연매출 5조원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움직임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네이버 직원들을 비롯해 노조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GIO가 메일을 통해 이른 시일 내 새로운 보상 절차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경쟁사들에 준하는 수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구체적인 보상안이 나오지 않으면 네이버 직원들의 동요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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