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노동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이 주 52시간 정책을 비판하면서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게 화근이 됐다. 여권에서는 ‘과로 사회’를 조장한다며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라며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주 52시간 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라며 노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뉘앙스를 내비치자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이 대선 후보로서 결격 사유라는 것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쉬고 주 5일 일하면 매일 24시간을, 하루 쉬고 주 6일 일하면 매일 20시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주 7일 일하면 매일 17시간 정도를 일해야 한다”며 “사람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화장실도 가야 한다. 설마 직장에서 먹고 자라는 말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예외조항’을 언급한 것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미 △유연근로제 △특별연장근로 △선택근로제 등 근로 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완전히 실패한 정책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며 “대한민국이 계속 과로하면서 일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도 “노동을 바라보는 윤 후보의 퇴행적인 인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며 윤 후보는 타임머신을 타고 쌍팔년도에서 오셨나”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밤샘 수사하면서 피의자들을 달달 볶던 검사 마인드, 꼰대 마인드로 세상을 보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 노동시간이 주 90시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이라며 “윤석열이 꿈꾸는 나라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은 정의당에서도 터져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 5일 동안 하루 24시간씩, 120시간 일하면 사람 죽는다”라며 “하루 16시간씩 미싱을 돌려야 했던 전태일 열사의 시대에도, 120시간 노동을 정치인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