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조된 신경전이 잠시 휴지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가 여전해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보이콧 제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이 대표의 휴가 등으로 논란은 잠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모양새다. 위기감을 느낀 당내에서 자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에도 윤 전 총장 측의 ‘보이콧 제안’ 관련 여진이 이어졌다. 앞서 한 언론은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중진 의원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의 행사에 불참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윤 전 총장이 고의로 이 대표를 ‘패싱’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장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봉사활동 불참 종용을 받은 캠프는 있는데 연락을 한 캠프는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하며 사태는 커졌다. 보이콧 제안이 ‘사실’이라는 데 힘을 실은 것이다.

‘진실 공방’으로 치닫던 논란은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든 모양새다. 먼저 이 대표가 이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내비치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당 공식 기구인 경선준비위원회의 일정을 보이콧하라고 사주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면서도 “캠프가 초기에 이런저런 전달 체계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추가 반박이 없으면 이쯤에서 불문에 부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도 ‘통화 사실’에 대해선 인정을 했다. 다만 ‘보이콧 제안’은 와전된 것이라며 부인했다. 

윤석열 캠프 정무실장을 맡은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화 통화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보이콧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이 표현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 간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가 있다”며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보이콧 요구 이런 식으로 비화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신경전 불씨는 ‘여전’

논란이 잠시 일단락되면서 두 사람의 신경전은 잠시 ‘휴전 상태’를 맞이한 모습이다. 이 대표도 이날부터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잔불은 남아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윤 전 총장 측이 당 주도 행사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은 향후 당 행사에 ′성실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시기를 ′당 후보 등록 이후′로 못박았다. 아직은 당의 후보가 아니란 점을 부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다음주 쯤 예정된 당 예비 후보 토론회가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주일 전에 일정을 미리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의 어떤 경선 관련 행사에 초대 대상은 당에 후보 등록한 사람으로 이제까지 돼 왔는데 지금 후보등록이 일부가 됐고 일부는 안 됐고 그런 과도기”라며 “(그렇기 때문에) 참여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파열음이 지속되자 피로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외부에서 본다면 우리는 콩가루 집안으로 보일 것”이라며 “정권교체에 도움 되지 않는 어떤 행위도 해당 행위라는 걸 명심해 달라. 모두가 말 좀 줄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분위기 좋던 국민의힘 경선판이 한순간 살얼음판이 됐다”며 “당 지도부와 후보들 모두 한발씩 물러나 상황을 냉각시키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서 모든 역량을 결집해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며 “당 대표의 권위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 전 총장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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