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2대 주주인 삼성카드가 지분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 2대 주주인 삼성카드가 지분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르노삼성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실적 및 경영 악화와 노사갈등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또 하나의 중대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간판에서 ‘삼성’을 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것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당장은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데 힘이 실린다. 

르노삼성 지분 19.9%를 보유 중인 2대 주주 삼성카드는 최근 지분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르노삼성과 삼성의 결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자동차 사랑’이 남긴 유지다. 자동차 제조업에 큰 관심과 열정을 보인 고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했고, 1998년 SM5를 출시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 이건희 회장의 꿈은 외환위기라는 뜻밖의 벽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삼성자동차도 1999년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등 위기를 겪었고, 결국 이듬해인 2000년 르노그룹에 매각됐다.

다만, 삼성그룹은 삼성카드를 통해 19.9%의 지분을 보유하며 2대 주주로 남았고, 르노그룹 측의 요청으로 ‘삼성’ 브랜드 사용권도 허용되면서 양측의 동행이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르노삼성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으나 연간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명목으로 받아왔다.

이후 어느덧 20여년 넘게 동행을 이어온 양측은 앞서도 결별설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브랜드 사용권 계약 만료를 앞두고 결별설에 힘이 실린 것이다. 그리고 실제 계약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채 유예기간에 접어들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 이번 지분 매각 추진은 그 연장선상이자 마무리단계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별엔 양측의 이해관계가 모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르노삼성의 실적 악화 및 노사갈등에 따른 애꿎은 이미지 훼손으로 불편함을 느껴왔고, 르노그룹 입장에선 로열티 지급이 적잖은 부담이었던 것이다. 

르노삼성은 ‘삼성’을 간판에서 뗀 뒤 한국르노, 르노코리아 등으로 새롭게 출발 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과의 결별에 따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 및 노사갈등으로 브랜드 평판이 얼룩진 가운데, ‘삼성’이란 이름마저 지울 경우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점에서다. 무엇보다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정체성이 더욱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편, 삼성카드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르노삼성이란 이름은 브랜드 사용권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3년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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