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지리 협력, 합작법인 韓에 설립… 르노삼성 부산공장, 링크앤코 생산지
링크앤코, 볼보 플랫폼·엔진 사용… ‘저렴한 값’에 ‘볼보 기술력’ 느낄 수 있을까
르노삼성 엠블럼 달고 국내 판매 가능성, 중국 브랜드 이미지 탈피 묘책
르노는 中, 지리는 美 진출 위한 협업… 지리, 한미FTA로 美 관세 피해

프랑스 르노와 중국 지리자동차가 합작법인을 한국에 설립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르노, 지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국내 시장 실적이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프랑스 르노그룹은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吉利·Geely)와 협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를 두고 르노가 한국 시장에서의 실적 개선과 함께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르노는 중국의 지리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드는 합작법인을 한국에 설립할 예정이다. 르노는 앞서 지난 8월 중국의 링크앤코(Lynk&co)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한국에서 르노삼성이 링크앤코와 협업한 차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이 MOU의 연장선이 르노와 지리의 합작법인을 한국에 설립하는 것이다.

링크앤코는 지리의 브랜드로, 볼보자동차와 한식구다. 지리는 지난 2010년 볼보차를 인수한 후 2016년에는 링크앤코라는 브랜드를 독일에서 론칭했다. 링크앤코는 볼보의 CMA·SPA 플랫폼이나 엔진 등도 공유해 차량을 생산하는데, 이 때문에 ‘저렴한 볼보’ ‘중국산 볼보’라고 평가된다.

르노는 이러한 링크앤코 차량을 한국 생산기지인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한국 내수 시장과 해외시장 수출 등을 통해 한국 지사의 실적을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SM6·QM6·XM3 3종과 르노 캡처·조에·마스터(밴·버스)·트위지 등의 모델을 판매 중인데, 실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음에도 신차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르노삼성의 내수 실적은 △2017년 10만537대 △2018년 9만369대 △2019년 8만6,859대 △2020년 9만5,939대 △2021년 1∼11월 5만3,934대 등으로, 2020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르노가 지리와 손을 잡고 링크앤코 브랜드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해당 차량을 한국 시장에 신차로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차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 라인업을 확대하려는 묘책인 셈이다. 국내에는 르노삼성 엠블럼을 달고 판매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리자동차 링크앤코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판매 중인 준중형 SUV 01. / 링크앤코 홈페이지 갈무리

링크앤코는 차량명을 숫자로 작명하는데, 현재 해외에 판매되고 있는 준중형 SUV 01 모델의 경우에는 볼보의 CMA 플랫폼을 사용하고 엔진도 B4 2.0ℓ(1,969㏄) 가솔린 터보차저를 사용한다.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링크앤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01 HEV·PHEV 두 모델은 직렬 3기통 터보차저 엔진을 사용한다.

링크앤코 01 모델 B4 가솔린의 경우에는 외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를 제외하고는 볼보 XC40과 엔진과 차량을 구성하는 빼대가 동일한 셈이다.

링크앤코 01 모델의 판매 가격은 15만800위안∼22만800위안(약 2,800만원∼4,110만원) 수준이다. 형제 차량 격인 볼보 XC40은 국내에서 4,670만원∼5,13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 링크앤코 01 모델이 풀옵션 기준 약 1,000만원 저렴하며, 최대 1,800만원 정도까지 차이가 난다.

이 외에도 링크앤코 02, 03, 05, 06, 09 등 여러 모델이 있으며, 최근에 공개된 준대형 SUV 09 모델은 볼보 XC90에 쓰인 SPA 플랫폼을 사용하고 엔진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링크앤코의 대부분 모델이 볼보의 플랫폼과 엔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링크앤코가 중국 브랜드라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나마 링크앤코의 차량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면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되는 점과, 르노나 르노삼성 브랜드를 달고 출시된다면 ‘중국산’ ‘중국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희석될 수 있다.

르노삼성 측은 그러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르노가 지리 및 링크앤코와 협력을 하는 것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르노 본사 쪽에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현재는 협의 중인 단계일 뿐, 르노와 지리의 협업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되는지, 우리 측에 어떠한 차량을 배정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는 지리와의 협업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르노에서 생산하는 모델에 링크앤코 브랜드를 달고 중국시장에 판매를 하면 상대적으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 영업이 편리한 이점이 있다. 르노삼성에서 생산하고 유럽 시장에 수출되는 XM3(르노 뉴 아르카나)에 르노 로장주 엠블럼을 달고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에 지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링크앤코 차량을 미국 시장에 수출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량의 경우 관세를 피할 수 있다. 지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을 하려는 모양새다. 르노와 지리의 협업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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