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난 3일 여야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회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 제3지대 정당 후보들이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대내외적 상황으로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했던 제3지대 후보들이 향후 토론을 통해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TV 토론회와 관련 안 후보와 심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의 재발견이다 이런 얘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라디오에서 “안 후보는 준비가 많이 되신 분이었구나 이렇게 국민들께서 생각하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칭찬은 안 후보에게만 쏠리지 않았다. 안 후보에 대한 평가를 거부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심 후보에 대해선 후한 평가를 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 빼고는) 심 후보도 상당히 돋보인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석열 후보를 제외하면 가장 잘했다는 평가다.

전날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양강 후보들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을 날리며 눈길을 끌었다. 특정 후보를 가리지도 않았다. 안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겨냥하며 이 후보의 ‘개발이익 환수제’와 결이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선 ‘주택 청약 점수’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에 윤 후보는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양강 후보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심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심 후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두둔 발언을 맹공했다. 심 후보는 “2차 가해로 고통받는 피해자 김지은 씨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할 용의가 있냐”고 윤 후보에게 물었고, 이에 윤 후보가 직접 사과에 나섰다. 그는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투기 세력과 결탁한 공범이냐 활용 당한 무능이냐”라며 추궁했다.

◇ ‘토론 성과’ 강조하며 지지율 변화 기대

정치권의 훈풍과 맞물리며 당내의 긍정적인 기류도 엿보인다. 과거 대선 정국에서 TV 토론회가 지지율 변화의 변곡점이 됐던 만큼, 토론을 통해 지지율 상승세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정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앞으로 지지율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며 “사람들의 마음을 실질적인 표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을 잘 구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토론에서 거둔 소기의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가장 먼저 ‘연금개혁’ 문제를 꺼낸 뒤 합의를 이뤄낸 것과 관련 “연금 개혁에 대해 그 자리에서 동의를 얻어낸 것만 해도 오늘 토론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운영해나가는데 필수적인 협의와 조정능력을 입증한 이 날 토론의 백미”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 역시 윤 후보의 ‘사과’를 이끌어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피해자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토론 후 논평을 통해 ”‘심상정의 1분’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많았다”고 치켜세웠다.

물론 토론에서 얻은 주목도로 지지율의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선 정국이 양강 구도로 굳혀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변화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의 경우 토론에 대해 완전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고 윤석열 후보도 적어도 어제 토론에서만큼은 정책에 대한 성숙도가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두 후보 중심으로 지지율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첫 토론에서 두 후보가 보여준 아젠더가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정책적 선명성을 가져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수적인 셈이다. 박 평론가는 “(심 후보의 경우) 지지율보다 중요한 건 진보정당으로서의 아젠다”라며 “왜 진보정당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전략을 달리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