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입장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입장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 총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이 정해질 때가지 박홍근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역할을 맡기로 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 민주당 비대위원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에 더 큰 개혁과 회초리를 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최선을 다해주신 2,974분 후보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선·지방선거 평가와 정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 중앙위를 거쳐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5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치자 비대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40분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의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모든 비대위원들이 대선 패배 원인 분석과 평가, 그에 따른 당의 혁신을 잘 하기 위해 왔는데 지방선거가 임박해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데 대해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향후에라도 객관적 평가와 그에 따른 혁신방안 마련은 멈추지 말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엔 당헌·당규상 지도부 궐위시 원내대표가 직무대행만 하고, 전당대회를 치를 때까지 존속할 비대위 구성은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필요하면 중앙위원회까지 열어 의견을 모아가며 의결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총은 이르면 오는 3일 또는 오는 6일 이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빠른 내부 수습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고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의총과 당무위를 거치는 과정에서 전당대회를 빨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당겨질 수 있는 것”이라며 “8월 하순으로 예정 돼있는데 가능할지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힘들 것이라는 게 실무진의 의견이다.

이날 물러난 박지현 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의 총사퇴 기자회견 직후 SNS를 통해 “대선에 지고도 오만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거부했다”며 “출범 30일도 안된 정부를 견제하게 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을 바꿨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새 지도부가 대선과 지선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당의 노선, 인물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한다”며 “능력 없는 기득권 정치인이 지배하는 정당이 아니라 서민과 약자를 위한 서민정당을, 소수 강성 당원들의 언어폭력에 굴복하는 정당이 아니라 말없는 국민 다수의 소리에 응답하는 대중정당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를 발표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를 발표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 두고 갈등 격화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자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특정인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본인의 SNS를 통해 “대통령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라며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 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었다”고 비판했다.

윤영찬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이제 지켜야 할 것도 없다. 더 이상의 침묵은 죄악이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전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에서 가장 책임이 큰 분들이다. 사심과 사욕이 아닌 당내 민주주의와 공적 책임감을 부활시키는 것이 선당후사의 핵심”이라고 직격했다.

이원욱 의원, 박용진 의원,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다수의 민주당 인사들이 입을 모아 “한 명(이재명)만 살고 다 죽었다”고 공세하자,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던 황교익 씨는 “이낙연파가 일제히 전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말의 내용이 비슷하다”며 “모여서 작전을 짠 듯하다. 그래 봤자 민심 못 얻는다. 그대들의 비열함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고 전면 반박했다.

이와 같은 형국에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민주당은 ‘네 탓 정당’이다. 친문이 포문을 열고 다 이재명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오만방자해서 폭망했다고 했다”며 “결국 이재명은 친문들과 맞짱을 뜰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완전히 ‘여의도 좀비’가 되는 거다”라고 민주당 내홍을 예측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의 퇴진을 놓고도 “예상대로 아기복어(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별명)가 다 뒤집어쓰고 물러났다”고 일갈했다.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도 이재명 위원장의 인천 지역 출마가 지방선거 패배에 일부 영향을 끼치지 않았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비대위원도 있었다”며 “그런 부분도 다 결합돼 패배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 얘기는 오래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