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TF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1차 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하태경 TF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1차 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했다. 윤석열 정부가 해당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초점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해당 공무원을 ‘월북’으로 단정한 배후에 ‘문재인 정부’가 있다는 의심이 깃들어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러한 국민의힘의 진상조사 착수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21일 국회에서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첫 회의를 열고 공무원 총격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의지를 다졌다. 국민의힘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문제점은 두 가지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이유와 해당 공무원이 어떻게 ‘월북자’로 규정됐는지 여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세우는 일”이라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특히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시간부터 피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어떠한 조치가 이뤄졌는지는 가장 힘을 싣는 쟁점 사안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경 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 선박에 나포된 뒤 오후 9시 40분경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잡혀있다는 거 확인하고 6시간 여유가 있었다”며 “과연 살릴 수 없었나가 하나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북자’로 규정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게 국민의힘의 생각이다. 해경이 유일한 근거로 제시한 ‘감청자료’ 밖에 없고, 나머지 증거들은 ‘선(先) 발표’ 후 조작되거나 과장됐다는 주장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답변서를 언급하며 “해경이 월북의 근거라며 제시한 채무는 객관적 자료로 볼 수 없고 정신적 공황 상태 발표 역시 일부 전문가 자문 의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청와대 배후’ 직격한 국민의힘

책임론은 단연 문재인 정부를 향했다. 특히 그간 문재인 정부가 지향해 온 ‘인권의 가치’를 직접 겨냥하며 정치적 생채기를 남기는 데도 주력했다. 당장 이날 TF가 첫 방문으로 인권위를 찾아간 것도 이러한 상징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선 ‘인격 살인’, ‘명예 살인’ 등 강도 높은 비판도 새어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해수부 공무원은 두 번의 죽임을 당했다”며 “한 번은 북한의 총격에 의해, 다른 한 번은 문재인 정부에 의한 인격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 사건은 과거 86년 ‘박종철 사건’의 2022년 버전”이라고 힐난했다. 

‘월북 발표’ 과정에서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는 의구심도 숨기지 않았다. 신원식 의원은 이날 당 현안점검회의에서 “청와대 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의 보도지침과 수사 가이드라인 때문에 (국방부·해경의 최종 판단이) 뒤집어 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공세에 대해 ‘신(新)색깔론’이라고 맞받아치며 이번 공방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국민의힘에 돌리는 모습이다. 당장 민주당이 SI(특수정보)를 공개하자고 맞불을 놓은 것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힘이 여당이다. 국방부 SI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며 “단 저희가 주장하는 건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여당이 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역제안한 ′대통령기록물′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안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공세에 대한 불쾌함은 감추지 않았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끊임없이 전임 대통령을 물고 늘어져 무슨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의 ‘강공 태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이외에도 ‘탈북 어민 강제 북송’까지 꺼내 들면서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된다”며 “북송시킨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며 문제제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TF 회의에서 “탈북 선원 강제 북송사건 진상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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