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와 그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이 올해 말을 기해 오랜 기간 이어온 계약관계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입니다. /뉴시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와 그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이 올해 말을 기해 오랜 기간 이어온 계약관계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입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스닥 상장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4일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종료의 건)을 공시했습니다. 올해 연말을 기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지난달 15일 수시공시의무 관련사항(공정공시)를 통해 라이크기획으로부터 계약 조기 종료 의사를 수령해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한 달여 만에 이를 확정지은 겁니다.

어떤 계약인데 공시까지 한 걸까요?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선 수많은 거래와 계약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그 모든 거래와 계약을 모두 공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규모가 크거나 중요한 사안이어서 기업의 실적 또는 장래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에는 공시를 해야 하죠. 

공시를 낸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산증인이자 ‘한류’의 주역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설립한 곳입니다. 계약 상대방인 라이크기획 역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설립한 곳이고요. 

각각 1995년과 1997년 설립된 양사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계약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에 프로듀싱 용역을 제공하면서 그 대가를 라이크기획을 통해 챙겨온 것이죠.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최근 5년간만 살펴봐도 △2017년 108억원 △2018년 145억원 △2019년 151억원 △2020년 129억원 △2021년 240억원 등 774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연결기준 매출액의 3.42%, 영업이익의 35.5%에 해당하죠.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14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계약을 조기 종료한 걸까요?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통상적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설립한 유명 프로듀서들은 임원으로서 업무 수행에 따른 보수를 받거나 주주로서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죠. 반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개인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자신이 창업한 회사로부터 수익을 챙겼습니다.

특히 이 같은 거래는 2010년대 중반 들어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불편한 시선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운 움직임까지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정기주주총회 전까지 단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점도 주주들의 불만과 반발을 부추기는 요인이었고요.

2019년,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에 라이크기획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합병을 통한 논란 해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등의 입장을 취하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또 다시 주주행동주의를 마주했습니다. 이번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그 주인공이었고, 행동은 더욱 적극적이었죠. 얼라인파트너스는 라이크기획 관련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 선임을 시도하는 등 구체적인 실력행사에도 나섰습니다.

그러자 SM엔터테인먼트는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는 정관 변경까지 급작스럽게 추진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그 결과 주주들의 민심은 더욱 차갑게 돌아섰고, 결국 SM엔터테인먼트는 무릎을 꿇고 말았죠. 정관 변경 추진을 백지화하고, 회사 측에서 추천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들은 자진 사퇴했습니다. 아울러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 관련 문제 해결과 주주가치 제고 추진 등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홍역을 치른 SM엔터테인먼트는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개선 행보로 잡음을 일으켰습니다.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문제 해결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8월 주주서한을 통해 공식적으로 진행 상황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지난달 15일 SM엔터테인먼트가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조기에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건 이러한 요구에 따른 것이었죠.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해당 공시 직후에도 해결 방안과 시점 등을 이사회 결의로 확정해 9월 30일까지 공시할 것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는 그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달 초 주주의 권리 중 하나인 이사회 회의록 및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요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올해 말을 기해 계약을 종료하기로 확정한 지난 14일 공시는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겁니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 이후 SM엔터테인먼트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먼저, 업계에선 SM엔터테인먼트가 향후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프로듀싱 없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울러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계약 조기 종료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뒤 내놓은 입장을 통해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죠.

다만, 이번 계약 종료가 반드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SM엔터테인먼트의 결별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습니다. 만약 정말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면, 임원이나 고문 등으로 영입하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어떠한 역할을 하기 위한 방법이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밖에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주식 시장의 반응은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지난 14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일 대비 9.49% 오른 6만9,2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1분기에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행동에 나서고 뜻 깊은 성과까지 내면서 주가가 폭등한 바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선 라이크기획과의 거래가 주주가치를 저해하는 리스크였고, 마침내 이를 해소하게 됐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SM엔터테인먼트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2년 9월 15일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0915900311

 

- SM엔터테인먼트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2년 10월 14일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1014900155

 

- SM엔터테인먼트 2017년~2021년 사업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7~2021년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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