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평동역 교차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의 총파업 15일차 총력투쟁 결의대회 도중 한 화물운수 노동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평동역 교차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의 총파업 15일차 총력투쟁 결의대회 도중 한 화물운수 노동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8일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무기한 운송 거부에 추가 업무개시명령으로 대응했다. 이번에는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마저도 정부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경하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54회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해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안을 심의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거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재가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집단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지 9일 만이다. 

정부가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해당 분야의 피해가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1차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하물운송량은 이미 평시 수준을 회복했고, 파업집회 참여 인원 역시 줄어들었다. 앞선 업무개시명령에 효과가 있다고 본 셈이다. 

◇ 민주노총 ‘2차 총파업’ 예고

문제는 이같은 강경한 입장에도 민주노총은 물러나지 않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화물연대 파업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은 정부가 대화의 길에 나서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산별노조의 동조 파업은 계속될 예정이며, 오는 14일 2차 총파업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못박았다. 

또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에 추가 긴급개입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ILO 헌장에 따르면, ILO는 비준국 정부가 협약을 무시할 경우 제소‧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이미 ILO 사무국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정부는 ‘의견 조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ILO의 개입이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분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수많은 자유무역협정(FTA)에는 노동기본권 존중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ILO 협약을 위반할 경우 분쟁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유럽연합(EU)이 ‘한국이 국제 노동 기준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분쟁 절차에 착수한 전례가 있다. 

국회에서 타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요지부동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여당이 제안한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대로 노정(勞政)이 대치할 경우 안전운임제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정부가 제시한) 3년 연장안을 걷어차고 거리를 나간 건 화물연대”라며 선(先) 복귀를 주장했다. 복귀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의 일관된 원칙은 여러 차례 밝혔다. ‘선(先) 복귀, 후(後) 대화’다”라며 “이것은 강공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된 과거에 대해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를 하지 않도록 정부가 내놓은 제안이다. 화물연대는 그 제안을 걷어차고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다”며 “(집단 운송거부로) 국민 경제는 액수로는 따질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막대한 피해에 대해 입장표명이 먼저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3년 연장’이라도 지키려면 복귀가 우선이고 운송거부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이 지난 7일 KBS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화물연대 측이 국토교통부 장관 혹은 차관 등을 만나길 원했다. 하지만 정부는 복귀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대립이 격화되는 와중에 정부가 화물연대를 상대로 ‘치킨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야당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받아들인 것은 화물연대 뿐 아니라 정부의 퇴로를 열어줬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거부하고, 복귀가 우선이라며 버티는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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