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회의나 현장 등 공식 석상에서 수많은 발언을 한다. 그리고 이는 중요한 소식으로 다뤄진다. 또 대통령의 발언은 생각지도 못한 데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 짚어보기 전, 수많은 소식이 또 그 발언을 덮어 잊혀지게 한다. 그만큼 하루에도 수많은 소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통해 대통령의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그러면서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무기한 운송 거부, 즉 파업을 불법행위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 ‘불법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아”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무기한 운송 거부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 대해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 여러분,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 달라”며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과는 전혀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발언의 의미는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 부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 다른 불법 파업을 유발하게 된다. 노사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즉 불법 파업을 엄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불법 파업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보도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강성 노조가 불법 파업 행위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이같은 인식은 윤 대통령이 ‘원칙’처럼 제시해온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올해 일어난 화물연대의 파업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 당시 ‘노(勞)든 사(使)든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에서 ‘불법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는 이미 예고된 지하철과 철도노조의 연대파업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 논란 키운 업무개시명령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이들의 파업 행위를 불법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공인된 노조가 법적 절차를 밟아 쟁의에 돌입하는 경우에만 ‘합법 파업’으로 보고 있다.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정부가 이들을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인데,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하지 않는 행위를 노동자의 쟁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개인사업자’ 신분임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영업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고,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업무개시명령이 사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키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은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때 발동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고, 법에 따라서 오늘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이뤄지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업무개시명령은 말 그대로 명령이다. 수용할 수 있고, 수용하지 않을 수 있고 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22년 11월 29일 오전 10시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

<모두발언>

제52회 국무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사봉 3번)

화물연대가 지난 11월 24일부터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습니다.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습니다.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 대해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입니다.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합니다.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릅니다.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습니다. 

화물연대 여러분,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 주십시오.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입니다.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화물연대뿐 아니라 지하철과 철도 등 연대 파업도 예고돼 있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노총 산하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 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정부는 조직화되지 못한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 개혁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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