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 도로에 파업에 참여한 유조차 옆으로 유조차가 운행하고 있다. 전날 시멘트운송업자와 화물차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정유부문의 유류제품 운송업자와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뉴시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 도로에 파업에 참여한 유조차 옆으로 유조차가 운행하고 있다. 전날 시멘트운송업자와 화물차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정유부문의 유류제품 운송업자와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화물연대의 파업에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실제로 발동한 것은 19년만에 처음입니다. 정재계를 막론하고 이번 업무개시명령의 적절성에 대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시멘트 운송업체를 상대로 즉각 현장조사를 벌여 화물차 기사 350여명에게 명령서를 전달했습니다. 국토부가 이날도 운송업체 현장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시멘트 분야 화물 기사 2,500여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 송달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무개시명령서는 당사자에게 우편으로 전달하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시멘트 운송업체 측에서 개인정보인 화물차주의 주소와 연락처를 제출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로 등기로 전달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업무개시명령은 누구에게 내려졌나요?

A. 현재 업무개시명령 대상은 시멘트 분야 화물 기사입니다. 국토부가 공개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시멘트 운송업체와 차주는 각각 15곳, 350명입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7일째로 접어들면서 정유, 철강, 컨테이너 등 여러 분야에서 물류 경색이 심각해지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다른 업종으로 확대할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Q. 시멘트 분야 화물기사는 왜 파업을 하고 있나요?

A. 시멘트 분야를 포함한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위한 것입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란 노동자 최저임금처럼 화물노동자를 위해 적정 운송료를 법으로 정해 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화물노동자들의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화물연대본부는 2020년부터 컨테이너, 시멘트에만 부분적으로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후 과적이 급감했고 야간운행도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품목의 과적경험은 30%에서 10%로, 컨테이너의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은 29%에서 1.4%로, 시멘트의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은 50%에서 27%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3년간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국회가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올해말 종료됩니다. 화물연대본부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이유로 안전운임제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며 정식 제도로 도입하고 품목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은 3년 연장하되, 품목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 철회 촉구' 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 철회 촉구' 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Q. 업무개시명령이란 무엇인가요?

A.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업무개시명령)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습니다.

명령을 송달받으면 다음날 24시까지 업무에 복귀해야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됩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 ‘매우 심각한 위기’ 등 추상적인 요건 때문에 오히려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사문화된 법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Q. 현재 파업은 불법인가요?

A. 정부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의결하고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다만 화물기사의 경우 특수고용노동자로 사실상 개인사업자입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개인사업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하는 것도 모호한 상황이 됩니다.

Q. 야권은 업무개시명령에 어떤 반응인가요?

A. 일제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오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완화·해소해 가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태도로 보여진다”며 “전향적인 태도로 갈등을 최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화물 노동자를 자영업자라며 법 밖으로 내몰 때는 언제고, 이제는 국가 기간산업을 맡는 필수인력이라며 대접은커녕 강제 노동명령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비준한 ILO 국제협약의 ‘강제노동 금지’를 어기는 것은 누구의 법과 원칙이냐. 노정이 합의한 화물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파기한 윤석열 정부의 원칙은 무엇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처럼 건당 운임을 받는 사람들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 원청에 노동조건을 교섭하자고 하면 사용자가 아니라고 한다. 안전한 노동을 위해 인력감축을 중단하라고 하면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파업을 하면 어떤 이유를 붙여서든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수백억, 수천억의 손배·가압류를 때려 노동자들을 말려 죽이고, 노동조합을 파괴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아울러 다음달 1일 오전 심상정 의원은 업무개시명령 폐지안 제출을 예고했습니다.

 30일 오전 인천 중구 한라시멘트 앞에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량인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가 멈춰서 있다. 전날 정부는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 화물연대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시멘트업 운수종사자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뉴시스
 30일 오전 인천 중구 한라시멘트 앞에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량인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가 멈춰서 있다. 전날 정부는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 화물연대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시멘트업 운수종사자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뉴시스

Q. 정부와 화물연대가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없나요?

A.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오후에도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총파업 돌입 이후 두번째 면담을 가졌지만, 시작 40분 만에 결렬됐습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확대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확대를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화물연대 측은 "국토부가 ‘정부가 나서서 대화할 생각은 없다. 화물연대가 요청한다면 고민해보겠지만 입장 변화는 없을 거다. 오늘은 업무 복귀를 요청하러 나온 것’이라고 말하고 교섭장을 나갔다"고 설명했습니다.

Q. 국토교통부가 이렇게 강경책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이 같은 초강경 카드를 꺼낸 데 대해 정부는 심각한 물류경색 앞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경대응을 주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직접적으로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30일에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하거나 조직화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업은 저희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통령의 의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Q. 파업한 노동자들은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다시 일터로 돌아가나요?

A.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부 노동자들이 업무를 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원 장관은 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시멘트 지입 운송업체에서 “이미 대표적인 시멘트 산지인 충북 단양에선 평상시 운송량의 30%~40% 정도를 회복했다”며 “오후까지 복귀가 많아지면 오늘만해도 60~70%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은 오히려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 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은 30일 인천시 중구 항동 인천한라시멘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법 개정이 이뤄진 2004년 이후 처음 시행된 반헌법적 조치인 데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한 처사”라며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오는 6일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투쟁 대회를 개최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 대오를 형성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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