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말 특별 사면과 함께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이 법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형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21년 7월 26일 오후 창원교도소 수감에 앞서 부인 김정순 씨와 포옹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말 특별 사면과 함께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이 법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형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21년 7월 26일 오후 창원교도소 수감에 앞서 부인 김정순 씨와 포옹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법무부가 연말 특별 사면 대상자 선정을 예고한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의 구색 맞추기라고 비판했고, 김 전 지사는 가석방 불원서까지 제출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부터 형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일시 석방 상태로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은 사면을 고려해 형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28일 형 집행정지가 만료되어 다시 복역해야하지만, 28일자로 사면이 될 경우 형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정부는 김 전 지사를 함께 특별사면해 ‘국민 통합’ 국면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야권의 반대로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습니다.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특별사면하면서 김 전 지사까지 사면해야 그 취지인 ‘국민 통합’의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김 전 지사가 공개적으로 형기를 채우겠다고 나섰습니다.

Q. 김경수 전 지사 사면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A. 김 전 지사와 민주당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주장입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 8,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수감된 지 고작 1년 7개월이 지났고 그마저도 올해 6월 28일부터 6개월째 형집행정지 상태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이 아니라 강남구 논현동 자택 본인의 편안한 침대에서 자고 따뜻한 밥을 먹어가며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상황을 비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이젠 그마저도 사면을 시키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대통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15년 형기가 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이제 만기 출소 넉 달이 남은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면피성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형의 무게가 비교가 되지 않는데 김 전 지사를 끼워 넣지 말라는 주장입니다.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지사 또한 부인 김정순 씨 계정의 SNS에 ‘가석방 불원서-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습니다’를 올렸습니다. SNS 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넣기 사면, 구색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을 함께 전해 왔다”고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말 특별 사면과 함께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이 법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 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1년 2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말 특별 사면과 함께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이 법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 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1년 2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Q. 김 전 지사가 구속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김 전 지사는 김동원(일명 ‘드루킹’)을 비롯한 민주당 당원들과 공모해 2016년 대통령선거 당시 자동화 프로그램(킹크랩)을 이용해 인터넷 기사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수감됐습니다.

드루킹 일당은 기사 댓글창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사이버 여론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16년도부터 19대 대선을 포함한 기간까지도 여론조작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들 일당은 김 전 지사와 함께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댓글 및 추천, 검색어 등을 작업하고 타 후보 비방 등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대선 후 오사카 총영사 자리 청탁이 거절당하자 반대로 문재인 정부를 비방했고, 민주당이 댓글 조작 현황을 고발해 체포당했습니다.

Q. 야권에서는 사면 외에 무엇을 요구하나요?

A.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려면 야권에도 그에 상응하는 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고, 일각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면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5년과 5개월의 형기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두고 사면을 논하면서 ‘복권 없는 사면’ 운운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사면 취지에도, 국민 상식에도 모두 어긋난다”며 “정치인 사면에 복권을 제외하면 가석방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은 검찰 출신 대통령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게 김경수 전 지사의 사면과 복권도 동시에 추진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Q. 김 전 지사는 사면돼도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할 수 없나요?

A. 김 전 지사의 형기 만료일은 2023년 5월 4일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5년간 상실됨에 따라 복권 없이 사면되면 2028년 5월까지 각 종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복권이 된다면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복권이 없다면 2028년 이후 정계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복권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외 인사로 활동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복권‧사면이 이뤄질 경우 민주당 내 ‘비명계’(비 이재명)의 구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 내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당내 장악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노무현-문재인의 ‘적자’인 김 전 지사가 ‘포스트 이재명’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년 특별 사면 후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사저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시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년 특별 사면 후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사저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시스

Q. 정부‧여당의 반응은 어떤가요?

A. 대통령실은 아직 사면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면 원칙과 내용을 소개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그때 세부적인 이야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특히 아직 특사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한 것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여권에서는 질타가 거센 상황입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본인의 SNS를 통해 “거참, 무슨 ‘양심수 코스프레’ … 정치 근육 키우긴가”라고 비꼬았고,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김 전 지사의 행태를 보면 독립운동하다 투옥된 독립투사라도 되는 줄 착각하겠다”며 “양심수 코스프레는 그 자체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지금이라도 죄를 지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Q. 이 전 대통령만 사면할 수는 없나요?

A.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사실상 결정됐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형집행정지 연장신청을 보류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 대통합’이라는 연말 특별 사면의 취지에 맞춰 야권에도 상응하는 사면을 주기 마련인데, 김 전 지사가 아니면 마땅한 대상이 없습니다. 한 야권 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체급이 맞아야 할 것 아니냐”며 “지금 이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들도 대거 사면하고 싶은 것 같은데 정치공학적으로 체급이 맞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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