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나오고 있다. / 뉴시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오는 9일 임시국회 만료를 앞두고 야권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대해 여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여야 원내대표는 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연장과 1월 임시국회 소집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50여 분 뒤 박 원내대표는 이태원 유가족 간담회 일정으로 자리를 떴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결론이 난 사항이 없고 다음 회동을 약속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등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국회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저희는 민주당이 우리 당과 합의 없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국회라면 소집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등) 일몰법안 논의를 위해서도 1월 임시국회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저는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구조 재조정을 위한 설계를 다시 하고 있으니까 그게 나와야 가능한 일이고, 근로기준법상 추가연장근로제 일몰법은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니 그것은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법안을 위한 임시국회라면 소집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 국민의힘 “민주당 방탄용 임시국회 열수 없어”

주 원내대표가 이같이 ‘일방적인 법안을 위한 임시국회’라고 거듭 강조하는 데는 1월 임시국회를 열었을 때 과반 이상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야권에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노란봉투법, 안전운임제 등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점을 염두에 둔 까닭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 요건이 충족되려면 현행범이 아니어야 하고, 국회가 회기 중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이용해 회기를 연장하면서 이 대표의 체포를 막으려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시선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12월 임시국회는 빈틈없는 방탄을 위해 국회법에 정해진 30일 기간을 모두 채워 소집됐고 역시나 방탄 국회로 끝나고 있다”며 “민생을 내팽개친 방탄 국회로 2023년까지 허비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범죄 혐의자를 방탄하기 위해 국회를 무작정 여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논의 안건과 일정을 먼저 정해서 임시국회 일정 협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 또한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특권을 남용하는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한달 동안 열어놓고 별 일 없이 임시국회를 연장하는 방식은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임시국회에 대해 안건에 대한 계획을 말하고, 방탄국회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임시국회를 짧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란봉부법 제정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란봉부법 제정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 야권 “처리할 일이 산더미”

민주당에서는 방탄 국회 의혹에 대해 이미 이 대표가 검찰 출석 일정을 조율중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탄국회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 우리 당대표가 소환을 피하고 있다면 그런 이야기가 성립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소환에 임하겠다는데 왜 방탄이야기가 나오느냐”며 “국정조사를 포함해서 여러 입법, 일몰 관련 과제, 정부조직법 등 숙제가 헤아릴 수 없게 많다. 국회는 할 일을 하는 거고, 사법적인 것은 별개의 건”이라고 반박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오히려 “국민의힘은 방탄국회라고 하고 있는데, 실제 방탄 국회는 국민의힘 법사위 아니냐”며 “법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법사위에 쌓여 있다 보니 상임위도 그렇고 어려움이 많다. 법사위에서 빠르게 논의하고 본회의든 임시회의든 열어서 통과시키는 것이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의 의무다”고 역공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민한테는 주 52시간제도 폐지하고 의무휴업일도 없이 일하라면서, 정작 집권여당은 산적한 민생경제 현안, 안보 현안을 두고 국회 문을 닫자고 주장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느냐”며 “국민의힘이 끝내 외면해 해를 넘긴 일몰법을 비롯한 민생입법, 정부조직법, 공공기관장 임기 일치법 등 여러 시급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야당에서도 밀린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주 원내대표의 ‘처리할 안건 없이 국회를 열 수 없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안전운임제, 건강보험법, 건강증진법 등 일몰법과 노란봉투법, 안보문제까지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인데 지금 집권여당 원내대표 입에서 한가하게 처리할 안건이 없다는 말이 나오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국회가 될 수 있어 안된다는 말도 어처구니가 없다”며 “언제 끝날지 모를 검찰 수사만 지켜보며 민생은 뒷전으로 한 채 국회는 그 동안 마냥 놀자는 것이냐. 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참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미뤄졌던 수많은 법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야권은 일몰된 안전운임제와 건강보험법, 정부조직법 등의 통과를 위해 임시회의 소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끝까지 여당이 응답하지 않을 경우, 야당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아직 단독 소집 논의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지만, 정의당에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야하듯, 민생은 가야한다”며 “야당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를 소집하자”고 요구했다.

다만 야당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경우 정부∙여당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인원을 무기로 쓴다면 소수여당에게 남은 것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뿐”이라며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야 하니 대표들께서 잘 논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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