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에 참석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에 참석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선(先) 해임건의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됐다. 민주당이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에 나설 계획까지 밝힘에 따라 단독 처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지난 11월 30일 박홍근 외 168인으로부터 국무위원 행안부 장관 이상민 해임건의안이 발의됐다”고 보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무위원 이상민 해임건의안이 제출됐다”며 “각 교섭단체 대표위원은 이 안건이 국회법에 따라 심의될 수 있도록 의사일정을 협의 바란다”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은 지난달 30일 발의됐지만, 그동안 본회의가 연기되면서 보고되지 못했다. 국회법 112조 7항에 따르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이 발의되었을 때에는 의장은 그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그 사실을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도록 돼있다. 민주당은 오는 9일 본회의 표결까지 계획하고 있다.

전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의견을 수렴했는데 압도적 다수가 뜻을 같이해서 의원총회에서 이견 없이 바로 진행됐다”며 해임건의안을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9일 의결하기로 뜻을 모았음을 밝혔다.

해임건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따라서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그때부터는 ‘대통령의 시간’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장관 해임건의안도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해인건의안이 통과된 장관 7명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거부권 행사와 윤석열 정부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 거부권 행사뿐이었다. 그외에는 모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이 장관까지 지켜내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 해임건의 과하다 vs 해임건의로도 부족하다 

해임건의안에 대해 정의당에서는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임건의안을 올려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국회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참사의 책임부처 핵심 책임자가 여전히 자리를 보존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장애물이 되고 있으니 용두사미 특수본 수사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참사의 진상규명은 요원하다”며 탄핵 소추 논의를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자격이 없는 이상민 장관을 국민의 뜻에 따라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대통령의 인사 조치 아니면 국회의 탄핵 밖에 없다”며 “참사 직후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을 요구해 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럴 뜻이 없음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답이 정해져 있는 해임건의안에 기대할 것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는 방향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경우 국정조사 결과를 앞세워 탄핵에 나서자는 ‘속도조절론’에 중론을 모았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이 장관의 해임∙탄핵과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그리고 내년도 예산안을 엮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새해 예산안을 볼모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 불발에 대비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도 이 대표의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 국회’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여야 합의서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며 “저와 우리 당이 여러 차례 약속했다. 경찰 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지면 그에 합당한 책임자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선 국정조사 후 책임규명을 강조한 셈이다.

이 같은 여권의 반발에 민주당도 탄핵소추안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속도조절론’을 펼친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안을 곧바로 추진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맞물려 있어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핵소추안을 주장하던 의원들도 이를 수긍한 셈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400-14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 거부 가능성 높아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의 해임 건의는 ‘안 들어주면 말고’가 아니고 국회가 엄중하게 요구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여러 차례 숙고하면서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제공하고 있는데도 그걸 계속 걷어 찼다”고 했다.

이렇게 강경한 입장 표명이 이어짐에 따라 9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발언으로 미뤄보는 윤 대통령의 의중은 이 장관 유임 쪽이라는 해석이 다수다. 앞서 대통령실에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라고 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한 바 있고, 장제원 의원 또한 “민주당은 이제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이상민 탄핵 정치쇼’를 종영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해임거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당은 국정조사에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 근거를 찾아 탄핵소추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고 책임 추궁이 있을 거 아니겠나.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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