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내에서 ‘윤심’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화가 되어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뉴시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내에서 ‘윤심’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화가 되어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시끄러운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없다'며 논란을 차단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전당대회 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윤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즉각 민주당은 이를 윤 대통령의 ‘사당화’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당이 ‘총력전’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여야 할 것 없이 ‘사당화’ 논란을 자초하는 있는 모양새다.

10일 국민의힘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는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두고 소란스러운 형국이다. ‘친윤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에 난색을 보이는 명분은 ‘정부직 인사’라는 점이다. 공직을 맡고 있는 상태에서 당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러한 압박이 궁극적으로 윤심과 무관치 않다고 평가한다. 친윤계는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친윤계 입장에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는 부담 그 자체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통령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이 띄운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과 관련해 연일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날을 세웠다. 결국 나 부위원장은 이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부위원장직 사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즉각 윤 대통령이 ‘당무 개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비단 이번뿐만은 아니었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국면에서부터 시작된 당무 개입 논란은 당내 인사들을 관저로 초청하는 등 관저 정치를 거치면서 더욱 힘을 받았다. 

정점을 찍은 것은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100%’로 개정한 것이다. 이 역시도 비윤계를 막기 위한 ‘윤심’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 대통령 1인이 지배하는, 독재하는 그런 사당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 여야 서로 ‘사당(私黨)’ 손가락질

이러한 분위기는 민주당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두고 당내에서 사당화 논란이 점화되고 있는 탓이다. 논란은 이날 이 대표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면서 극대화됐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정식 사무총장, 김성환 정책위원장,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50여 명이 동행했다.

당내에서는 그간 대표의 ‘개인적 문제’를 당이 나서서 총력 대응하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새어 나왔다.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당 지도부가 ‘총력 대응’ 기조를 유지한 데 대해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불만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방탄 프레임을 더 공고히 해주는 것”이라며 “거의 절대다수가 현 상황을 굉장히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이 대표를 호위하고 출석하는 그림을 간절히 원하는 쪽이 국민의힘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내 ‘사당화’ 논란은 외면한 채 여야는 총구를 외부로 돌리고 있다. 상대를 향한 비방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수사 동행을 겨냥해 ‘사당’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인적으로 저지른 문제와 관계된 것을 왜 민주당이 총출동해서 막고 위세를 부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월 10일은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 이재명 ‘방탄 정당’임을 선포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전당대회 논란을 고리로 윤 대통령의 ‘사당화’ 논란을 부채질하고 나섰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전날(9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나경원 부위원장을 대상으로 ‘배신의 정치 시즌2’를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윤심을 위한 사당화”라고 지적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무 개입으로도 부족해 직접 당 대표를 낙점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당내 선거 개입을 즉각 중단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힐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