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회계자료 미제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양대노총이 지난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발하며 기자회견을 연 모습. / 뉴시스
고용노동부가 회계자료 미제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양대노총이 지난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발하며 기자회견을 연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정부가 과태료 부과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양대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탄압’이라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및 고강도 투쟁에 나선 상태다. 거듭 악화되고 있는 노정갈등이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과태료 부과에 현장조사 방침까지… 노정갈등 ‘폭풍전야’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회계 관련 노조법을 위반한 52개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5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시작으로, 나머지 노조 역시 사전통지 의견제출기간 종료에 따라 과태료를 순차 부과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정부·여당이 노조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데서 비롯됐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를 대상으로 안내문을 발송해 1개월 간 재정 관련 장부 및 서류 등의 비치·보존 의무에 대한 자율점검 및 시정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이에 응하지 않거나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올해 2월 들어 자율점검 결과 및 증빙자료를 제출받기 시작했으나 참여는 저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재차 엄중 경고하며 시정기간을 부여했고, 이마저도 응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이번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기업단위 노조에 비해 산별노조 등 초기업노조와 연맹·총연맹의 미제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며 “현장단위에서는 조합원의 알 권리 보호, 노조의 민주성·자주성 제고라는 정부 정책방향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더 큰 사회적 책임이 기대되는 대규모 노조는 지침을 통해 정부의 요구를 조직적으로 거부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법적 근거 없는 행정조치이자 노동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양대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달 2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발하기도 했다. 노조에 대한 회계자료 제출 요구는 직권남용이라는 게 고발 이유다. 아울러 양대노총은 고용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양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회계를 둘러싼 노정갈등은 향후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과태료 부과에 그치지 않고, 서류 비치·보존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행정조사를 이달 중 시작할 것이라며 “회계 투명성을 위한 기본적인 책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위법사항을 끝까지 확인해 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현장조사에 나설 경우 노조와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는 “조사를 거부·방해하는 노조에 대해서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조사 과정에서 폭행·협박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노정갈등의 쟁점사안이 비단 회계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조치,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노란봉투법, 최저임금 결정 등 뇌관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이에 따라 향후 노정갈등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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