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남국 의원이 ‘코인 논란’의 책임을 지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번 논란이 민주당 전체를 흔들고 있는 만큼 더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승적 결단’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즉각 여권은 이번 탈당을 ‘꼼수’로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15일 김 의원의 코인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의 대응을 맹공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부정부패 정당이 돼버린 탓인지 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 어떠한 제대로 된 대응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쇄신할 의지도 자정할 능력도 없고 오로지 상황을 모면할 궁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의원은 전날(14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였다”며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책임을 지겠다'는 모양새를 비췄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앞서 민주당이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 절차에 착수했지만, 김 의원의 탈당으로 이 자체가 무의미해진 꼴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은 전날 쇄신 의원총회 결의문에서 “탈당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리감찰단의 징계 절차 여부에 대해서도 ‘당헌‧당규’를 근거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당규 18조와 19조에 따르면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징계사유 및 시효 완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고, 징계 회피를 목적으로 탈당하는 경우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하기 전에 비해 본인의 협조 등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무책임한 탈당”…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

관건은 이미 탈당을 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얼마만큼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인지 여부다. 하지만 벌써부터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에서 잡음이 일어나 기대감은 떨어지는 분위기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필요한 요구 자료들에 대해 모두 제출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어제 탈당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본인의 협조가 좀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출연해 “이미 대부분 다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즉각 여권의 비판의 대상이 됐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자체 조사한다고 소리만 요란했지만 정작 김 의원으로부터 이용 거래소 전자지갑, 코인 거래현황 등 핵심자료는 하나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래 놓고 이제 와 추가 조사하고 징계하겠다는데 당사자가 거부하면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는 헛구호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실상 ‘면피용 탈당’이라는 지적도 더해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일방적 소명으로 어물쩍 넘기려다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면 탈당을 하는 것이 민주당의 면피 공식이 됐다”고 말했다. 

당 밖의 비판도 비판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한 당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에선 김 의원의 탈당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당을 사랑한다면서 모든 부담은 당에 다 남겨놨다”며 “곧 돌아오겠다고 하시는데 당이 무슨 회전문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쇄신 의원총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데다, 여진이 이날도 이어졌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쇄신한다는 데 과연 누가 주체이고 누가 대상인가”라며 “그 결의가 진정하고 실효성이 있으려면 기존의 구조물이고 쇄신의 대상인 이 대표와 그 맹종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어느 순간에는 이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고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내부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국민의힘의 공세는 연일 매서워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이 김 의원의 탈당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본격 출범했다.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정치권 로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이번 사안과 관련된 의혹을 모두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