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 쌍특검법 국회 재논의 요구 안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 쌍특검법 국회 재논의 요구 안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다시 국회의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던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했다.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여야의 신경전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표결을 늦추려는 민주당과 표결을 빨리 하자는 국민의힘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쌍특검 법안과 관련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전날(4일) 오후 쌍특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미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이슈였기에 충분한 검토를 해왔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아울러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법안이었다는 점도 신속 처리의 배경이 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쌍특검 법안이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하여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의 특검의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즉각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과 함께한 특검 거부 규탄대회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을 위해 특별검사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과 맞서 국민을 이기겠다는 선택을 오늘 윤석열 정부가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대장동 특검 거부 규탄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대장동 특검 거부 규탄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 재표결 시점 두고 여야 신경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에 맞서 쌍특검법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두 개의 특검법은 절대로 좌초하지 않는다”며 “국민과 함께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반드시 통과해서 국민의 뜻대로 마지막 개혁 입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야당이 고민하는 것은 ‘재표결 시점’이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국회에서 표결을 거칠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의원 297명 중 198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찬성표가 180표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민의힘 내에서 최소 1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설 연휴 이후 본회의서 재표결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힘 내부 동요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 창당 등으로 보수 분열의 우려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인 데다, 공천 과정에서 탈락자들이 충분히 동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야당이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해 ‘권한쟁의심판’을 거론한 것도 이 같은 ‘지연 전략’의 일종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모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빌미로 재표결을 미루다 본격적 공천 시기에 재표결 날짜를 잡으면 여권의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검은 속셈”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이 당당하다면 신속한 재표결을 통해 최종결론을 내림으로써 소모적 종쟁의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피로감을 덜어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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