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당내의 '줄 탈당'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당내의 '줄 탈당'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당내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줄 탈당’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공천 작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4명의 의원이 민주당을 떠났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컷오프와 일부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가 전략 공천 지역구로 지정되면서 추가 탈당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 현역 의원의 탈당은 연일 이어졌다. 현역 의원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박영순 의원은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후 28일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5선 중진인 설훈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이 됐다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박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와 당권파들이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동료 의원들을 조롱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태도를 노골화했다”며 “공천이 아닌 망천을 강행하는 무모함과 뻔뻔함에 질려 탈당 결심을 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민주당은 이 대표 1인의 지배를 위한 사당으로 전락하고 방탄과 사욕을 위한 전체주의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이 대표를 '연산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제 민주당은 민주적 공당이 아니라 이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됐다”며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민주당은 어떻게 아부해야 이 대표에게 인정받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만 고민하는 정당이 돼버렸다”며 “국민을 향한 다양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이 대표를 향한 찬양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처럼 2명의 의원이 당을 떠나면서, 현재 민주당을 탈당한 현역 의원은 4명으로 늘었다. 이전에는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위 평가 20%’에 포함된 것에 반발하며 지난 19일 탈당했고, 서울 동작구을이 전략 지역구로 분류되자 현역인 이수진 의원도 지난 22일 탈당을 선언한 바 있다.

◇ 친문계, 추가 탈당 가능성… 이재명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친문계(친문재인계) 의원들이 추가로 탈당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친문계 핵심인 임 전 실장이 서울 중구성동갑에서 공천 배제되며 ‘문명(문재인‧이재명) 갈등’의 뇌관이 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친문계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구로 분류되며 해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계 인사들은 이날 임 전 실장이 컷오프된 것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친문계 좌장으로 불리는 홍영표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임 전 실장의) 공천 결과도 그렇지만 과정과 사후 관리를 잘해서 당내에서 갈등이나 분란, 분열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공천 과정에서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윤영찬 의원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임 전 실장은 성동에서 계속 정치를 해왔지 않은가”라며 “그런 분은 오히려 당에서 모셔 와야 되는 상황이다. 전략공천을 주더라도 임 전 실장을 주는 게 맞다. 그런데 오히려 정반대 선택을 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임 전 실장 컷오프는) 100% 이 대표의 생각”이라며 “찾아보기 힘든 과정과 결과를 이 대표가 기괴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친문계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 의원이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내가 이런 당에서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고, 이렇게 모멸감을 느껴야 되나 하는 정도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공천 심사가) 비정상적으로 보일 경우 탈당의 선택지가 열려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홍 의원은 향후 민주당을 탈당하는 의원들이 최대 10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주 많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5명에서 10명까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설 의원도 탈당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유동적이라면서도 5명 이상은 될 것 같다고 했다.

현역 의원들의 탈당에 이 대표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면서도 “그런데 분명한 것은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별로 국민들 보기에는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줄 탈당’ 움직임에 대해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영 의원은 이날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시끄러운 게 당연하다고 해서 시끄러운 게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좁아지는 거는 당연히 좋은 일이 아니다. 그건 마이너스인 게 맞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그래서 이런 부분을 막바지 공천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은 필요하다”며 “지도부가 추가적인 탈당을 최대한 막는 노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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