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4‧10 총선’을 2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천과 관련해 소란스러운 모습이다. 일부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가 시행돼 해당 지역 의원이 반발했고,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이재명 대표 사당화’를 지적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 ‘정체불명’ 여론조사 진행… 해당 의원실 ‘우려’

지난 주말 사이 비명계(이재명계) 의원들의 일부 지역구에 현역 의원을 뺀 여론조사가 시행되면서 민주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여론조사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해당 여론조사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만큼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17일에서 18일 사이에 진행됐다고 한다. 이곳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홍영표(인천 부평을)‧이인영(서울 구로갑)‧송갑석(광주 서구갑) 의원의 지역구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구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1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저희 쪽도 여러 차례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다. 그 여론조사 자체는 저희가 빠진 채로 진행한 것은 맞다”며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이 배제된 사실을 확인해 줬다. 다만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어디에서 진행했는가에 대해선 저희도 확인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도 당 자체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 시기에는 다양한 조사들이 행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해당 여론조사들을 당에서 진행한 것인지 다른 곳에서 한 것인지 직접 구별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당 지도부의 해명에도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로 인해 당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구의 관계자는 “일단 당에서 공식적으로 (여론조사를) 안 했다고 하는데, ‘그럼 이게 도대체 어디서 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당에서 안 했다고 하면 비선조직에서 진행한 건지 우려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렇게 갈등이 증폭되는 게 당에게도 좋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속 이렇게 나아가면 아마 민심이 외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은 힘을 모아서 나가야된다”고 했다.

송갑석 의원도 이러한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송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저의 지역구에서는 여성 후보를 내세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2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역시 2012년 19대 총선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2012년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서구갑 지역구는 느닷없이 여성 전략 지역이 됐고 저를 포함해 1‧2등을 달리던 후보는 배제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심지어 지도부가 여성 후보로 내세우려 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여성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결과가 벌어지기까지 했다”며 “광주 곳곳이 경선 홍역을 치르고 있다. ‘광주의 봄’이 뒤숭숭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로부터 총선 불출마를 권유받았다고 주장한 문학진 전 의원은 공천과 관련해 “비선의 장막을 거두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 난맥상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선거를 앞둔 공당으로서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기준과 절차로 장막 뒤에서 특정 집단과 특정인들을 공천하려 벌이는 일련의 행태에 대해 개탄과 함께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해 준엄한 심판이 이뤄져야 할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사당화의 길을 가고자 하는 당 지도부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한 여론조사 실시와 이러한 공천 잡음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책임질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공천 잡음’에 기름 부은 ‘하위 20%’ 통보

이러한 가운데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되는 의원들에게 통보가 시작되면서 ‘공천 잡음’에 대한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 국회 부의장을 맡고있는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4선)은 하위 20%에 속했다는 연락을 받고 반발하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제 민주당을 떠나려고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오늘 민주당이 저에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영등포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친명(친이재명)도 아니고 반명(반이재명)도 아니다”라며 “오로지 국민 속에서 더 사랑받고 신뢰받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중간 지대에서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점수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이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이를 바로 잡지 못하고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을 반성한다”며 “민주당이 잘되길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이 지난 4년간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됐음에도 하위 20%에 속한 데 대해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울러 당에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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