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5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 학살’ 논란에 휩싸였다.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일부 지역구에 현역 의원을 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시행된 데 이어 현재까지 알려진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 대부분이 비명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명계는 물론 당의 원로들까지 공천의 공정성을 지적하고 나섰고, 급기야 ‘이재명 대표 2선 후퇴’ 요구까지 나왔다.

◇ 비명계, ‘하위 10‧20%’ 통보에 반발

현재까지 자신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또는 20%에 속했다고 밝힌 의원들은 총 6명이다. 하위 10%에 포함된 의원은 박용진‧윤영찬‧박영순‧김한정 의원이고,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송갑석 의원은 하위 20%에 속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김 부의장은 반발하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평가해 하위 10% 이하에 해당하는 의원에겐 경선 득표의 30%를, 하위 10~20% 해당자에게는 20%를 감산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속한 현역 의원들이 사실상 컷오프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공천 학살’ 논란에 불을 지핀 이유는 하위 평가를 받았다는 의원들 대부분이 비명계라는 점 때문이다. 김 부의장과 김한정 의원을 제외한 4명의 의원은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된다. 그러자 비명계 의원들은 공정성이 실종됐다며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송갑석 의원은 21일 자신이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으로부터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며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고 반발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당 대표 1급 포상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이라는 국회의정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며 “3년 연속 수상은 단 2명뿐이라고 하니, 300명 중 2등 안에 드는 상위 0.67%의 국회의원이 민주당에서는 하위 20%인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송 의원은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하위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는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밝힐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지금의 공천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을 (지도부가) 해명하고 잠재우지 않으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하위 10%에 속한 박영순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한 룰을 만들어 놓고 싸울 테면 싸워보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혁신’이 아니다”라며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를 비명계 의원들로 채워 놓고 친명-비명 갈라치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비명계’, ‘친문계(친문재인계)’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천학살을 자행하면서도 내부 분열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참으로 뻔뻔하다”며 “당당하다면 평가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지금 민주당의 당권을 쥔 당 대표와 측근들이 ‘애당초 우리 편이 아니면 다 적’이라는 식으로 밀실에서 공천학살과 자객 공천을 모의하고 있다”며 “최근의 공천 파동의 모습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고 나도는 말을 부인하기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이 대표와 임 위원장이 사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와 공천과 관련된 책임자들이 사표를 내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며 “통합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와 ‘공천 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비명계인 홍영표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이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총선에서 승리하는 공천이 돼야 한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라든지 도저히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하위 20%,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의원들도 울분에 차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대부분은 당 지도부가 상당히 상황을 잘못 바라보고 있고 친문‧비명을 제거하는 것에 골몰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 외에도 이인영‧오영환‧윤영찬‧전해철 의원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부겸‧정세균, ‘공천 논란’ 우려

공천을 둘러싸고 당내 계파 갈등이 확산하자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과 민주적 원칙,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된다. 앞으로 남은 윤석열 검찰 정부 3년 동안 우리 민주당은 국민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들은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또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며 “공정한 공천관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이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들께서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시고 또 공천 과정에서도 변화를 바라신다”며 “원래 혁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 언어의 의미가 가지는 것처럼 가죽을 벗기는 그런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혁신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며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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