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수장들의 올해 신년사 화두는 ‘위기’였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철강업계 수장들의 올해 신년사 화두는 ‘위기’였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새로운 다짐과 각오, 목표로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다. 올해는 특히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점으로서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업들의 새해 화두는 수장들이 내놓는 신년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 해 주요 당면과제와 목표, 그리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등이 모두 담기기 때문이다.

올해 철강업계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되는 키워드는 ‘위기’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높아지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위기 공감대’가 확인된다. 아울러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도 함께 제시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국내 및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임직원 여러분과 협력사, 고객사, 공급사 등 포스코와 함께하는 모든 분들의 일터와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며 신년사를 시작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지난 2019년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철강시황 악화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100년 기업을 향해 우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해였다”며 지난해 포스코가 남긴 주요 발자취를 되돌아본 그는 “신년을 맞이하는 기대와 희망이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지만, 2020년 국내외 경제상황은 작년에 이어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최정우 회장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긴장감이 계속되고 무역·과학기술·금융 등 모든 영역에서 패권 다툼으로 발전해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글로벌 산업 성장세가 꺾이고 수요가 감소하는 ‘Peak Shock’의 도래도 우려돼 세계 경제성장률은 2% 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경제도 내수와 수출 동반 위축으로 2% 초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적 이슈들과 맞물려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영환경은 제조업과 같은 전통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포스코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가운데)이 김인철 노조위원장(왼쪽), 강용구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 대표(오른쪽)와 손을 잡고 시무식에 입장하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가운데)이 김인철 노조위원장(왼쪽), 강용구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 대표(오른쪽)와 손을 잡고 시무식에 입장하고 있다. /포스코

하지만 다가오는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고 최정우 회장은 강조했다. 신(新) 모빌리티, AI, 친환경 사업의 개화가 진행되면서 포스코가 집중하고 있는 이차전지소재, 스마트 팩토리, 친환경에너지 등의 분야가 신성장동력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최정우 회장은 “새로운 10년을 여는 2020년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현재에 안주하는 이류기업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변화와 혁신으로 명문가의 지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올해 포스코가 추진해야할 3대 중점사항을 제시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만들고 선진적 노사문화를 구현하는 것 △끊임없는 사업의 진화와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 △기업시민 경영이념 구현의 핵심인 공생가치 창출 등이 그가 제시한 3대 중점사항이다.

끝으로 최정우 회장은 “오늘 우리가 내딛는 작은 한 걸음이 더 나은 회사,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JUMP'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JUMP‘는 ’Join together‘, ’Upgrade value‘, ’Move forward‘, ’with POSCO‘의 줄임말을 의미한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새해 인사와 함께 안전사고, 환경 이슈, 수익성 악화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돌이켜본 그는 “우리는 이 같은 다양한 난제 속에서도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며 힘과 지혜를 모아 수많은 위기상황을 헤쳐왔다”며 “올해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용환 부회장은 위기극복 방안으로 네 가지 전략방향을 제시했다. 최대생산, 최대매출 등 외형적 규모와 양적 성장에 치중하던 기존의 경향에서 벗어나 본원적 경쟁력에 방점을 두고 최적생산, 최고수익 실현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이루자는 △기본에 충실한 성장, 그동안 내세워왔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강점에서 벗어나 핵심사업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사업구조 최적화, 내외부 환경변화의 추이를 주시하고 예측함으로써 위협과 기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선제적 변화 대응, 그리고 △사회적 책임 실천 등이다.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제철이 지나온 67년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시련을 거치며 이를 경쟁력으로 만들어온 우리만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오늘의 방식이 내일의 정답일 수 없으며, 기본과 원칙이 없는 의사결정과 행동양식은 회사와 개인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올해도 우리 앞에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우리가 항상 지상과제로 삼아왔던 안전과 환경에 대한 원칙을 각자의 마음속에서 최우선의 선결목표로 새기고 아울러 앞서 제시한 경영방침과 전략방향을 이정표 삼아 축적된 경험과 경쟁력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회장은 올해의 키워드로 업그레이드 마이셀프(Upgrade myself)’를 제시했다. /동국제강
장세욱 동국제강 회장은 올해의 키워드로 업그레이드 마이셀프(Upgrade myself)’를 제시했다. /동국제강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직접적으로 업계 위기 상황을 진단하진 않았으나 ‘업그레이드 마이셀프(Upgrade myself)’를 키워드로 제시하며 직원 개인의 적극적인 자기성장이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세욱 부회장은 “본인이 맡은 직무에 있어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인지 자문해보시기 바란다. 구성원 모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야 말로 동국제강의 경영방침인 ‘부국강병’ 중 ’강병‘을 실천하는 길”이라며 “여러분 모두가 직무 전문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고급 전문가로 거듭나기를 당부 드린다. 회사도 임직원 여러분의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를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언급한 뒤 “새해에도 나라 안팎의 사정이 좋지 않다. 산업소재생산이 주력인 우리 사업의 특성상 국내외에 짙게 드리워진 경기 침체의 그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둡고 불안한 그림자가 언제 걷힐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심기일전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위기와 변화의 요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내일을 위해 오늘의 우리를 확실히 변화시켜야겠다는 각오와 결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며 세 가지 당부사항을 전했다.

이순형 회장은 첫 번째 당부사항으로 ‘때문에’가 아니라 ‘불구하고’에 방점을 두는 마음가짐을 제시했다. 열악한 시장 환경을 탓하며 낙심하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라는 말도 있듯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면서 기필코 돌파하겠다는 도전 정신을 발휘하고 실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혁신의 일상화와 절대적인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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