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2 00:15
한국타이어, 결국 사명 재변경 ‘촌극’ 남기나
한국타이어, 결국 사명 재변경 ‘촌극’ 남기나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10.26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결국 사명 재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결국 사명 재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이 결국 사명을 다시 변경하는 촌극을 빚을 전망이다. 오너일가 3세 시대 개막에 발맞춰 야심차게 단행했던 사명 변경이 깊은 상처만 남기게 됐다. 가뜩이나 재판 및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뒤숭숭한 오너일가의 리더십이 휘청이는 모양새다.

◇ 법원서 3연패… 배상금 지급에 오너일가 향한 검찰 고발까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최근 새로운 사명 및 기업이미지 개발을 마무리했으며 등록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기존의 ‘한국타이어앤월드와이드’에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역시 기존의 한국타이어에서 이름을 바꾸는 등 계열사들의 사명 정리도 함께 이뤄졌다.

불과 1년 7개월 만에 다시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인 현 상황은 무척 이례적이다. 기업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큰 중대한 결정이며, 유무형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새로운 사명으로 인해 법적분쟁에 휩싸였다. 기존의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사명을 빼앗겼다며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1997년 설립돼 2012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으며, 자동차 전장부품·5G 스마트폰 및 IT 웨어러블 유통·건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법적대응에 나섰지만 최악의 결과만 이어졌다. 지난 5월 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대한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정에서 원고 한국테크놀로지의 손을 들어줬다. 얼마 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판교 신사옥에 대한 강제집행이 단행되기도 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14일 이를 기각하며 재차 한국테크놀로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어 지난 20일 한국테크놀로지 측이 요청한 간접 강제신청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을 계속 사용할 경우 하루당 일정 금액을 배상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뿐만 아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법원의 결정 이후에도 사명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을 검찰 고발하기도 했다.

◇ 3세 시대 상징했던 사명 변경, 촌극으로 남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명 변경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먼저, 오너일가 3세 시대 개막에 발맞춘 대대적인 변화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동안 3세 승계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경영승계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오너일가 2세 조양래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오너일가 3세 두 형제가 채운 것이다.

또한 회사 설립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사명에서 ‘타이어’가 빠졌다. 아울러 기술 및 미래 지향적인 의지가 담겼다. 타이어 전문회사를 넘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사명 변경 이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마치 저주에 걸린 듯 흔들렸다. 새로운 사명은 곧장 법적분쟁에 휩싸였고, 오너일가 3세들도 거듭 불미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비리 혐의로 조현범 사장은 구속, 조현식 부회장은 불구속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더니 경영권 분쟁 양상까지 벌어졌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 재변경을 검토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앞서 세 차례나 같은 판단이 내려진 만큼 향후 법원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기에 사명 사용에 따른 배상금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머지않아 사명 재변경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사명 재변경을 단행할 경우 국내 기업 역사상 전례 없는 촌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한 사명 변경과 함께 자신들의 시대를 열어젖혔던 오너일가 3세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사명은 물론, 제품명을 결정할 때도 각종 법적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신중하게 거치기 마련”이라며 “이번 사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명의 경우 최고위층인 오너일가의 의사가 크게 반영되는 사안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명 변경 당시 상황 및 평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며 “여기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은 오너일가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