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꽃다발을 들고 있다./뉴시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꽃다발을 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사퇴 이후 수직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치권이 ‘윤풍(尹風)’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바람’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인지, ‘태풍급’으로 발전할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연말과 연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이후 추 전 장관이 지난 1월 사퇴하면서 갈등 구도가 사라지자 지지율은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총장직을 벗어던지자 그의 지지율은 다시 1위로 올라섰고 한동안 지속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강 체제도 깨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윤석열 전 총장이 32.4%로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이재명 경기지사는 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로 집계됐다.

6주 전인 1월 22일 실시된 KSOI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14.6%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무려 17.8%포인트가 치솟아 30%대를 돌파했다. 당시 23.4%를 기록했던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0.7%포인트 올랐고, 이낙연 대표는 16.8%에서 1.9%포인트 하락했다.

문화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7일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물은 결과에서도 윤 전 총장은 28.3%를 얻어 1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이재명 지사가 22.4%, 이낙연 대표는 13.8%를 기록했다.

표본 수와 조사방식에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2∼26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23.6%로 1위를 차지했고 이낙연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은 15.5%로 공동 2위를 기록했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면직안을 재가한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자택 앞에 지지자가 보낸 벚꽃이 대검으로부터 옮겨져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면직안을 재가한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자택 앞에 지지자가 보낸 벚꽃이 대검으로부터 옮겨져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윤석열 다시 1위로 등극 언제까지?

윤 전 총장이 지지율 30%대를 넘나들며 1위로 치고 올라서자 정치권도 술렁였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일시적으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누린 것이지만 향후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지지율이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견고하게 유지시키려면 대선주자로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8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많이 뛸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 기득권과 싸우는 포지셔닝으로만 얻는 포인트가 있을 거라면 검증하면서 (지지율이)떨어지는 것들도 분명히 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의원은 “지금은 어쨌든 정치 출사표를 낸 윤석열 전 총장의 시간이라고 본다. 이 시간이 조금은 더 갈 거라고 본다”며 “(4월 재보궐)선거 끝나고 조금 더 차분해지면 대선을 놓고 어떤 분들이, 어떤 세력들이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다시 국민들이 평가할 시간들이 오지 않을까”라고 분석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은 컨벤션 효과”라며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견고성을 가지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 시대정신 이런 것들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의 ‘반짝 지지율’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때 반짝 지지율 1위였던 고건도 갔고, 김무성도 갔고, 반기문도 훅 갔다”면서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이 1위로 올라선 것과 관련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담겼다고 생각된다”며 “차기 대선후보로서 일정 기간 동안 ‘Front runnner’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조직도, 참모도, 정당도 없는 윤 전 총장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다. 유일한 자산이 부실자산이 될지, 현금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자신의 강력한 권력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차기 후보로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과 아울러, 자신에게 쏠린 국민들의 기대를 안정감과 신뢰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윤 전 총장의 부인과 장모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향배와 윤 전 총장의 정치세력화 추진 과정에서 지지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야권에 다른 유력한 대선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에 대한 집중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러나 변수는 윤 전 총장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들에 대해 실제로 부정한 정황들이 드러나게 되면 지지율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또 향후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윤석열을 도와주는 사람들, 윤석열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보고 국민들이 ‘겨우 저 정도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지지율이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리얼미터가 8일 공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진출 적절성 평가 결과표. /그래픽=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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